
경기 침체와 함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중고’로 건설업계에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업계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금융 비용 절감과 공사비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건설시장 생산구조를 노동집약에서 기술집약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확대와 분양시장 회복을 위한 정책 등을 통해 건설 경기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중고’에 빠진 건설, 위기 극복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전문가 토론은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익진 국토부 건설정책과장,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실장, 신동수 한국리츠협회 연구원장,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이 참석해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에서는 건설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으로 수익성 악화와 시장 위축이 꼽혔다. 건설기업 이익률은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하다가 2024년 2분기 3%로 전 산업 평균(6.2%)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박선구 실장은 “최근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 비중이 47.5%고, 여기에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역시 21.5%였다”며 “많은 건설업체가 사업을 통해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PF 등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이 건설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미분양, 미수금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회기반시설(SOC) 발주가 위축되고 재건축 특례법 등 주요 정책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효선 위원은 “PF 보증 확대와 함께 미분양 리스크를 분산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1가구 1주택 특례를 활용해 실수요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츠를 통해 부동산 PF대출 한계점을 보완하고 건설시장에 풍부한 민간 자본을 투입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PF대출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5% 내외로 낮은 자기자본비율 때문에 고환율·고금리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신동수 원장은 “리츠는 개발부터 운영 단계까지 평균 35% 내외로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고, 투자부동산 발굴부터 영업인가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투자위험을 들여다본다”며 “부동산개발사업 투자의 부실화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프로젝트리츠와 지역상생리츠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 대책으로는 도시정비사업과 노후 주거지 재정비를 통한 지속 가능한 수요 확보, 건설 현장 기술 혁신 도입을 통한 공사비 절감 등이 꼽혔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창무 교수는 “인구 구조 등 여러 가지 것들이 달라지면서 과거 성장기에 있었던 제도적인 틀을 가지고서 견뎌낼 수 없는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공급에 대한 부분들은 장비 사업에 대한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김효선 위원은 “표준설계와 자재 규격화를 통해 자재비 절감과 공기 단축을 도모하고, 외국인 건설 인력 활용 및 건설공정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생산구조를 노동집약에서 기술집약으로 전환함으로써 생산성은 높이면서 인건비를 절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초기 확장에 있어 정부의 일정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의견에 이익진 과장은 “수익성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을 통한 수주 진작이 필요하겠지만 법 개정 등 과정이 필요해 당장 시행되기 쉽지 않다"며 "노동생산성은 2023년 기준 제조업이 27% 증가하는 동안 건설은 오히려 3% 감소했다. 공사비가 높아지면서 모듈러 주택처럼 건설업이 제조업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