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가축 생산성 향상과 동물복지의 연계 '동물대체시험법'

강민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장[사진=농진청]

영화 '혹성탈출'은 인간이 유인원이라는 비인간적인 존재에게 지배당하며 실험 도구로 이용당하는 내용을 다룬다. 이 영화는 인간이 다양한 목적을 위해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한 강한 윤리적,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 이에 따라 동물실험 반대 시민 단체들은 역으로 인간이 동물에게 실험당하는 장면을 그림 또는 사진을 통해 희화화하여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동물실험의 역사는 고대동물 생리 관찰에서 시작된다. 16~17세기에는 점차 체계화되어 동물의 해부를 포함해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됐다. 현대에는 의학, 약리학,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방법으로 자리 잡아 생명공학 및 의학 기술의 진보를 이루는 데 기여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에 기여해 온 동물실험에도 동전의 양면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함께 존재한다. 2024년 농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국내에서 동물실험을 위해 희생된 실험동물의 수는 약 1500만 마리에 이르렀으며, 여러 가지 사회·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처럼 동물실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주된 원인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체시험법의 부재로 인해 나타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오가노이드(organoid, 미니장기 또는 장기유사체) 기술은 실험동물을 대체할 가능성을 지닌 획기적인 기술이다. 오가노이드는 생체 조직에서 분리된 줄기세포를 이용해 체외에서 실제 장기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기술로 질병 연구, 감염병 연구, 약물 테스트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현재까지 국내외의 여러 연구진은 생쥐와 인간의 다양한 장기(뇌, 심장, 폐, 장 등)의 오가노이드를 구축하여 동물대체시험법으로서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축산 분야에서도 간, 소장 등 가축 장기 오가노이드를 구축했으며 사료 독성, 사료 효율, 감염병 연구 등에 활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장기와 유사한 돼지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식용 장기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종장기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돼지 장기 오가노이드를 활용할 경우 시간적, 경제적, 윤리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돼지와 소에서 소장 오가노이드를 구축했으며, 최근에는 소의 소장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체내 소장의 기능(영양소 흡수, 장벽 기능)을 확인하고, 사료 내 곰팡이 독소로 인한 피해 정도와 독소 저감제(유산균 배양액)의 효능을 동시에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가축의 장기 오가노이드가 실질적으로 축산 분야 연구에 적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국내외적으로 동물대체시험법의 체계적인 도입을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뿐만 아니라 정확성·신뢰성·재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및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가축 오가노이드는 동물복지를 위한 대체시험법 확립에 기여하는 동시에, 가축을 실험동물로 사용하는 연구 분야에 적용되어 궁극적으로 축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