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프리뷰]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재량 인정한 대법원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벌금형과 징역형이 병과된 사건에서 형 집행 순서를 바꿨더라도, 사후에 발생한 유불리한 결과만으로 해당 지휘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사가 수형자의 이익과 제도의 목적을 고려해 형 집행 순서를 조정한 경우, 해당 지휘는 정당한 재량의 범위 안에 속한다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형 집행 순서 조정과 형법 제62조(집행유예 결격 사유)의 해석이 맞물릴 때 어떤 기준으로 형의 종료 시점을 판단해야 하는지를 법리적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집행유예 결격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법 제62조 적용의 전제 요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14년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별도로 음주운전과 폭행 혐의로 벌금 270만원도 확정됐다.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노역장 유치 대상이 된 A씨는 2014년 1월부터 징역형 집행을 시작했으나, 검사가 2015년 3월 벌금형(노역장 유치)을 우선 집행한 뒤 징역형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형 집행 순서를 변경했다. 이후 A씨는 2016년 9월 16일 출소했다.

문제는 A씨가 출소 약 3년 만인 2019년 9월 다시 범행을 저지르면서 발생했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금고 이상의 형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다시 범행한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2심은 “검사의 형 집행 순서 변경이 자의적이었으며, 원래 징역형은 2016년 7월에 이미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는 ‘3년이 지난 시점의 재범’으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와 다른 입장을 취했다. 검사의 형 집행 순서 변경은 제도의 목적과 수형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정당한 재량이며, 징역형의 종료일은 형식적 계산이 아닌 실제 출소일(2016년 9월 16일)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 집행 순서 변경은 수형자의 가석방 요건 충족을 돕거나 벌금형 시효 정지 등 형 집행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아래 이뤄질 수 있다”며 “그 자체로 자의적인 변경이 아닌 이상, 새로운 범죄 발생 등 사후적 사정을 근거로 위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검사의 권한 행사는 수형자의 기본권 보장을 염두에 둔 합리적 재량의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결과적으로 수형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해졌다는 사정만으로 정당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형법 제62조 적용 기준에 있어 형 집행 종료일을 ‘실제 출소일’로 본 기존 판례 흐름을 재확인하는 한편, 형 집행 순서 변경에 대한 검사의 재량권 범위와 통제 기준을 구체화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과거에도 대법원은 형 집행 종료 시점을 형식적 기준이 아닌 실질 종료일(출소일 등)로 보는 판례 경향을 유지해왔다. 다만 이번 판결은 벌금형과 징역형이 병과된 경우에 있어 형 집행 순서가 유예 선고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형법 62조 적용과 직접 연결해 판단했다는 점에서 구체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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