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세계 국가를 상대로 발표한 상호관세 정책이 글로벌 증시를 출렁이게 만들면서 상장지수펀드(ETF)의 괴리율이 기준치를 넘어서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에서도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괴리율이 과도했는지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죠. 다만 업계에서는 높은 괴리율이 미국 투자 ETF의 적정 가치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현지 장외 시장에서 이뤄지는 실시간 가격 변동을 반영한다는 이유 때문 입니다.
14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이달 들어(4월1일~11일, 9거래일) ETF 괴리율 초과 발생 공시의 개수는 665개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달 같은 시기(3월4일~14일, 9거래일) 115개와 비교해 6배 가까운 규모입니다.
괴리율은 ETF의 실제 가치와 시장 가치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괴리율이 발생하는 이유는 ETF에 2가지 가격이 있기 때문이에요. ETF는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추종하면서 장내에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상품이지요. ETF가 담고 있는 기초자산의 가치와 ETF가 거래되면서 결정되는 시장 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때 이를 '괴리율'이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에 괴리율이 큰 ETF를 거래한 투자자는 피해를 보거나 차익을 볼 수 있어요. ETF를 거래하기 전에 괴리율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도 이런 측면의 이야기입니다.
각 ETF의 괴리율은 증권사 MTS·HTS의 상품 거래창이나 자산운용사의 상품 페이지,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 등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ETF의 괴리율이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 1%,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 2%를 넘어설 때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새처럼 증시 변동성이 큰 경우에는 미국에 투자하는 ETF를 중심으로 괴리율이 큰 ETF가 적정 가치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괴리율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순자산가치가 정규 장 마감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돼 실시간 선물거래의 변동성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LP들은 선물거래의 변동성을 반영해 헷지를 하기 때문에 괴리율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시차로 인해 정규 장 시간이 다른 해외 자산 ETF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날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대통령 각서에서 상호관세에서 제외되는 반도체 등 전자제품 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 시장이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가 면제됐다고 해석하면서 S&P500 선물이 실시간으로 1% 넘게 오르고 있었는데요. 이와 함께 국내 S&P500 ETF도 괴리율이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괴리율이 크다는 이유로 ETF의 가격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없고, 괴리율의 발생 원인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동시에 개인 투자자가 ETF의 괴리율이 벌어지는 이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투자 판단 지표로서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ETF 괴리율 초과 공시는 카인드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카인드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전체 메뉴]-[공시]-[ETF/ELW/ETN]-[ETF]로 들어가 보고서명에서 [ETF 괴리율 초과 발생]을 검색하면 해당 기간의 괴리율 초과 공시를 모두 볼 수 있어요. 공시를 통해 괴리율이 발생한 시기와 정도, 발생원인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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