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관광산업도 복합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수출 감소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는 해외여행 수요를 억제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원화 약세는 외래객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 ‘미국 상호관세 정책이 글로벌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한국 인바운드 관광은 글로벌 관광 수요 증가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지만, 아시아 권역 내 관광 수요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인바운드 관광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 충격에 취약한 구조다. 2023년 세계은행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44.0%로, 중국(19.7%)과 일본(21.8%)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특히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수출 산업이 미국의 관세 대상에 포함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제 성장 둔화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소비 위축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로 연결돼 지난해 2869만명에 달했던 해외 여행객 수는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상호관세 정책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경우, 전반적인 국제 관광 수요 위축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 1분기 경기 침체와 전통적인 비수기, 여객기 참사 등 여러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여행업계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경기 침체가 글로벌 전반으로 확대되면 여행업계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아직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화의 약세는 외국인 방한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관광객에게 ‘가격 경쟁력 있는 목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 속에서 한국 관광산업이 아시아·퍼시픽 시장을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수청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는 “상호관세로 글로벌 관광 흐름이 지역 내 관광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은 아시아 권역 내 관광 허브로 도약할 기회를 맞게 되고, 충분한 잠재력도 갖추고 있다”며 “중국, 일본, 동남아 주요국을 겨냥한 맞춤형 프로모션과 개인화 서비스 강화로 인바운드 관광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미국의 상호관세는 분명한 위기지만, 한국이 아시아 권역 내 관광 수요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인바운드 관광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을 넘어서 올해 최고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와 업계의 협력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상호관세 파장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여행 주간’ 캠페인 확대와 소비 쿠폰 지급 등 내수 진작 대책은 물론, 관광업계에 대한 재정 지원과 마케팅 보조금이 병행돼야 외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관광 수요가 증가하는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는 만큼, 금년에는 글로벌 20개 해외 거점 도시를 순회하는 K-관광 로드쇼 개최, 유력 온라인 여행사(OTA) 공동 한국관광 프로모션과 더불어 중국, 일본, 아시아, 중동 등 근거리 국가 대상 지역 관광 활성화 사업을 집중 추진함으로써 역대 최대 외래객 유치를 위해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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