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은 종종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시대를 기록합니다. 말보다 앞서고, 때로는 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스며들며, 삶의 진실을 드러내죠.”
국내 최장수 미술그룹 ‘누리무리’의 조광익 회장은 이번 정기전이 담고 있는 의미를 그렇게 설명했다.

올해로 39회를 맞은 누리무리는 오는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인사동 G&J갤러리 인사아트센터 3층에서 정기전을 연다. 전시에는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 16명이 참여해 관객과 만난다.
1980년대 전남 순천에서 시작된 누리무리는 이제 수도권을 넘어 해외까지 그 발걸음을 넓혔다. 조 회장은 “누리무리는 지역 기반의 모임을 넘어, 시대와 예술에 대한 태도를 지켜온 연대”라며, “정기전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던진 책임이자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질문에 답했다. 요란한 표현보다는 담백하고 조용한 언어로,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감정의 결로 녹여냈다. 조 회장은 “작품 하나하나가 작가의 내면을 통과해 온 시간의 기록”이라며, “그 진심이 관객의 마음에 조용히 닿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누리무리의 예술은 늘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공적 감정의 언어로 전환해 왔다. 고통과 희망, 기다림과 결심이 하나의 화면에 담겨, 누군가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조광익 회장은 “우리가 말하는 회복은 단지 상처를 덮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기억하며 나아가는 힘”이라며, “그 힘은 존엄, 연대, 그리고 삶에 대한 경의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누리무리는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보다는 작품 자체로 세상과 소통해온 ‘작은 거인’이다. 조 회장은 “예술은 말보다 오래가는 위로를 남깁니다. 우리는 그 언어를 믿으며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조 회장은 “이번 정기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언저리에서 작은 떨림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그 떨림이 예술이 전하는 마지막 손짓, ‘함께 견디자’는 위로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5년 봄, 우리는 다시 예술 앞에 섰다. 고단한 시간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누리무리는 조용한 예술의 노래로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다시 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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