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선종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깊은 애도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공공건물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며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정부는 7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교황의 평화로운 안식을 빈다! 그와 그를 사랑한 모든 이들을 신이 축복하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그는 집권 1기 때부터 난민 등 각종 국제 현안을 두고 교황과 대립해왔지만 이날 고인에 대해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며 “그는 열심히 일했고, 세계를 사랑했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와 저는 로마에서 열리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문장 맨 앞에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가톨릭 신자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민 추방 정책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트럼프 대통령과 교황 사이에서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이번 방문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첫 외국 방문지가 서로 날카롭게 대립했던 교황의 장례식장이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달걀 굴리기’ 행사에서 자신이 교황에 대한 추모와 존경의 표시로 연방 정부 건물 등에 조기 게양을 명령한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도 한목소리로 교황 선종을 애도했다.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평화, 사회적 정의,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그의 헌신은 깊은 유산을 남겼다”고 썼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위대한 인물이자 위대한 목자를 잃었다”며 “그분의 가르침은 시련과 고통의 순간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로마에 이르기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하길 원하셨다”고 애도를 표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교황은 러시아에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표현하신 분”이라며 “우리는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교황은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평화를 기도했다”고 애도의 메시지를 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교황 선종은 바티칸 시민과 가톨릭교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큰 손실”이라고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며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연민과 겸손, 영적 용기의 불빛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도 사흘간 애도기간 선포·에펠탑 소등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날부터 7일 동안 국가 애도 기간에 들어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때 대주교를 지냈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성당에서는 특별 미사가 거행됐다. 한때 프란치스코 교황을 ‘악마’, ‘악의 축’이라고 부르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사소해 보이는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선함과 지혜를 알게 된 것은 내게 진정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를 위해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프랑스 파리시 당국은 교황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받아 밤에 에펠탑 조명을 소등하기로 했다.
한편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약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해오던 교황이 선종하면서 교회가 갈림길에 섰다고 진단했다. WP는 중남미 출신 첫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랫동안 혐오해오던 민족주의라는 관념이 서구 세계에서 다시 득세하고 있는 시점에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졌다고 짚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이 넘는 재위 기간 동안 가톨릭 교회가 이혼, 동성애, 피임 등 성(性) 관련 논쟁들로부터 벗어나서 기후변화, 이민, 인공지능 등 현대 사회의 이슈를 다루는 데에 더 집중하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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