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300억원 비자금 은닉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하고 자금 흐름을 본격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일가 및 관련자들의 금융 계좌 자료를 입수해 자금 이동 경로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30여 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야 하는 만큼 수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의 금융거래 기록까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비자금 관리 방식을 수차례 변경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재 계좌 상황을 기준으로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자금 은닉 및 승계 과정을 규명하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범죄 사실이 발견될지가 핵심 관건으로 떠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불거졌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지원으로 SK그룹이 성장했다”며 재산분할에 있어 기여분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약속어음 50억원 사진과 ‘선경 300억원’이 적힌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노 관장 측은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담보로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약속어음이 발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자금이 태평양증권 인수 및 SK그룹 경영 활동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비자금 수수는 없었고, 단순히 퇴임 후 지원을 약속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김 여사의 메모를 증거로 인정해 SK가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한 사실을 인정하고 최 회장에게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이었다. 현재 이혼 소송은 최 회장 측 상고로 대법원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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