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12조2000억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재해·재난 대응에 3조2000억원, 통상·인공지능(AI) 지원에 4조4000억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4조3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이번 필수 추경은 2020~2022년 추경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지출 구조조정과 초과세수 활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 탓에 세입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 효과에 의구심이 드는 사업이 많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의 무역보험기금 출연사업은 올해 추경안에 3000억원이 증액됐다. 올해 예산(800억원)의 3배 이상을 추경에 편성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무역보험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무역보험기금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무역보험지원을 확대해 미국 관세 피해를 입은 수출애로기업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무역보험기금의 보험금 지급액(사고율)은 0.2% 안팎이고 기금배수는 2022년 25.4배에서 2024년 21.7배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금배수는 보험책임잔액을 기금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통상 기금배수가 낮을수록 건전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경 분석 보고서를 통해 "무역보험기금이 최근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세입 상당 부분이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반회계전입금에 대한 적정 규모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수입이 적은 상황에서 굳이 빚을 내 보험을 들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희소금속 비축 확대 사업도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전기차·반도체 등 미래산업의 핵심원료인 희소금속 비축에 필요한 핵심광종을 구매·비축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추경안에 1994억3000만원을 증액했다.
하지만 이를 비축하기 위한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광해광업공단의 전용비축기지는 오는 2027년 완공되기 때문이다. 특히 희토류, 마그네슘 등 핵심 광물의 경우 품질 유지를 위해 항온·항습설비와 가스 센서 등이 필요하지만 이를 비축할 임차비용은 별도로 편성되지 않았다.
소상공인 지원사업에도 빈틈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배달앱 활성화 소비쿠폰 사업이다.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공공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할인쿠폰을 지급하기 위해 정부는 650억원의 예산을 순증했다. 다만 이 사업은 공공배달앱을 통한 배달이나 포장 주문 결제에 대해서만 할인을 지원하는 만큼 배달 영업을 하지 않거나 매출 비중이 적은 외식업체는 사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4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업체의 65.1%는 배달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배달 매출 비중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배달 외 지원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효성에 한계가 분명한 사업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국회의 송곳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필수추경'이라고 부른 만큼 경기 대응과 산불 복구 관련 사업이 들어가야 하지만 불필요한 지출이 들어가 추경의 성격과 목적이 모호해졌다"며 "추경의 효과가 크지 않으면 국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당장 필요하고 효과가 나타날 사업 위주로 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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