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발표한 '디스플레이산업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패널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442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OLED는 전년 대비 15.1% 증가한 363억 달러, 액정표시장치(LCD)는 5.9% 증가한 79억 달러로 집계됐다.
애플 아이패드에 OLED가 최초로 적용됐고, 인공지능(AI) 확대로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 수요가 늘어나며 한국 기업의 매출액이 반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OLED 매출 비중이 2021년 69%에서 2024년 82.1%까지 증가하며 OLED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OLED TV는 8세대 OLED 팹을 가진 한국 기업이 독점 생산해 100%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OLED 태블릿 공급 비중도 전년 대비 15.6%포인트 증가한 69.3%를 기록해 호실적으로 이끌었다.
다만 지난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33.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48.1%에서 50.8%로 2.7%포인트 늘어나는 등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은 IT 제품의 OLED 채택과 자동차 디스플레이 확대 등으로 지난해 대비 4.6% 증가한 1393억 달러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OLED는 6.5% 증가한 575억 달러, LCD는 3.3% 증가한 818억 달러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OLED 시장은 아이폰17 시리즈의 LTPO 패널 적용, OLED를 적용한 노트북·모니터 제품 출하량 증가, 자동차 등 신시장 수요 확대에 따라 긍정적인 여건이 이어지며 국내 기업의 시장 주도권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차량용 OLED 패널 출하량 급증··· 올해 300만대 전망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도 고급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차량 내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면서, 차량용 OLED 패널 출하량이 지난해 두 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유비리서치가 발간한 '2025 오토모티브(차량) 디스플레이 기술과 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의 전 세계 출하량은 전년보다 8.3% 증가한 2억3600만대에 달했다.
올해 출하량은 2억4180만대로 전망된다. 지난해 차량용 OLED 패널 출하량은 약 248만대로 이는 전년과 비교해 126% 증가한 수치다. 유비리서치는 "OLED 디스플레이가 차량 내부 디자인의 고급화와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어 프리미엄 자동차를 중심으로 OLED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OLED 패널은 디자인 자유도가 높고 화질이 선명한 하이엔드 제품으로 글로벌 차 브랜드의 채택이 늘어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GV80에는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27인치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중국의 전기차(EV) 자동차 생산업체인 니오는 2025년형 ET9 모델에 15.6인치 OLED와 승객용 14.5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한창욱 유비리서치 부사장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는 고해상도, 저전력, 멀티 디스플레이와 같은 성능과 실시간 데이터 제공 및 사용자 경험 최적화를 요구한다"며 "이에 적합한 OLED 디스플레이 채용이 계속 확대될 것이다. 올해는 차량용 OLED 패널 출하량이 약 3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美관세 정책은 변수로··· 디스플레이 특별법 마련 제안도
트럼프발 관세 정책은 디스플레이 산업 전망에서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선 중국 정부가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보조금 적용 범위에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를 추가한 데다,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자국 제품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중국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러한 외부 불확실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직접적인 관세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트업체로부터 가격 인하 압력을 받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며 시장의 우려와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저희 제품이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며 "관세정책에 직면한 건 세트업체들인데 현재 생산지 전략을 수정한 세트업체는 없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부품사들은 미국으로 제품을 직접 수출하기보다 주로 완제품 제조사(세트업체)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CFO는 "SCM(공급망관리) 체인상 문제가 있거나 현격한 이슈를 갖고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세트업체들이 생산지 다변화 전략으로 대응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추이에 따라 간접적인 영향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처럼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라 판단하면서도,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중장기적 리스크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꼽히지만, 최근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력 확보로 빠르게 추격해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LCD 분야는 이미 주도권을 내줬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마저 중국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특별법과 같은 형태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포괄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법안은 첨단산업 투자에 대해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 △기반시설 구축 △민원 처리 △펀드 조성 △세액공제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동욱 반도체협회 부회장은 "업계가 고민하는 글로벌 점유율 고착화를 탈피하려면 듀폰 등 미국 기업과의 협력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OLED 고효율 가전 교체 지원사업 등 내수 진작뿐 아니라 세액공제 이월 기한 추가 연장, 직접 환급제 등 국내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특별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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