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1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0.2%(전기비 계절조정)로 나왔다. 충격적이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반영되기 전이라서 더욱 문제다. 앞으로 미국의 통상압력이 반영되면 얼마나 추락할 것인지 예단을 하기도 두렵다. 연간으로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1~2018년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유지해 왔으나 2019~2024년 연평균 2.1%로 주저앉았다. 당연히 상당부분은 말도 안되는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의 결과가 반영된 때문이다.
2022년부터는 윤석열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누적된 국가채무 등 문정부 때의 잘 못된 경제정책의 폐해가 이어지고 여소야대 등 국회의 제약요인 등으로 높아진 최저임금,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노동시장의 경직성, 기업투자환경 악화 등 잘못된 정책을 시정하는데 한계가 있게 되면서 성장률이 반등하지 못하고 경제불안 요인들이 누적되어 드디어 미국의 통상압력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마이너스 성장률로 추락한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 가면 연간성장률이 1%대 미만으로 고착화되는 장기불황도 우려된다. 이미 여러 국제기구 투자은행 등 경제예측기관들이 1% 미만의 전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흔히 일본의 장기불황이라고 하는 1992~2021년 30년간 연평균 0.73%의 성장률이 지속되었다. 연평균 0.73%의 성장률은 마모된 설비의 대체투자 정도만 일어나는 수준이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 힘든 수준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청년들이 부모님 가정에 얹혀 사는 캥가루족이 보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한번 장기불황에 빠지면 헤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정책대전환 등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경제란 수요측면에서 보면 소비(민간소비+정부소비) 투자(설비투자+건설투자) 순수출(수출-수입)로 구성된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이란 소비증가율+투자증가율+순수출증가율의 합이다. 그런데 경제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기업가들이 소비증가율 수출증가율을 예상하여 투자증가율을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고용증가율도 결정되어 일자리가 생긴 가계의 소비증가율이 결정된다. 이러한 증가율의 합이 경제성장률이다. 이미 존 메이나드 케인즈가 그의 불후의 명저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1936)에서 설파하고 있는 바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용이 완전고용이 되지 않으면 화폐를 더 발행하고 금리를 낮추어 완전고용 수준이 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케인즈 주장의 핵심이다.
흔히 확장적 재정정책이 케인즈의 주장으로 오해되고 있는데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의 한 쳅터도 재정정책에 할애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인 것이다. 그러한 주장이 미국으로 넘어가서 거시경제학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케인즈의 주장을 재정정책으로 와전하고 있다. 일반이론을 한번이라도 펼쳐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73년 1차 석유파동 1979년 2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세계적 인플레이션 현상을 케인즈의 무분별한 재정정책 또는 통화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미국 경제학에서는 상당수 가르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잘 못된 주장들이 경제정책을 오도하고 있음음 물론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경제는 어떤 상황인가. 금년 1분기를 보면 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이 -2.1%이다. 기업들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적극적인 시설투자보다는 기존 부채 상환(차환)에 집중하고 장기자금보다는 단기자금으로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받는 보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발행된 일반 회사채 중 80% 이상이 기존 부채 상환에 쓰였다. 올 1분기 발행 물량 약 23조3700억원 중 대부분인 약 19조원이 차환에 쓰였다. 1분기 발행 물량 중 차환 비중은 2022년 66%에서 2023년 82%로 급증했다. 이는 기업들이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부채 상환에 집중하며 보수적인 자금 운용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설투자 비중은 3%에 그쳐 최근 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통상 1분기는 기업들이 연간 자금 계획을 집행하는 시기로, 회사채 발행의 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그만큼 기업들은 투자전망을 어둡게 보고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증거다.
건설투자증가율도 –3.2%이다 특히 건설투자증가율은 2024년 2분기 이후 내리 연속 4분기 째 마이너스 증가율이다. 가장 심각한 분야다. 금년 3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이 68,920채, 이 중 악성미분양이라고 하는 준공후 미분양도 25,117채로 준공후 미분양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악성 미분양 증가로 돈줄이 마른 건설업체의 폐업과 부도가 증가하고 있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월 26일까지 종합‧전문 건설업 폐업 신고는 317건으로 하루 평균 12곳이 문을 닫았다. 2022년 2887곳에서 지난해 3675곳으로 2년 만에 27%나 늘어난 폐업 증가세가 올해도 이어지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는 분양가 상한제 전면 폐지, 1가구 2주택 세제 완화,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세제 감면 등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과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 등 서민 주거 안정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또 매년 30조 원 이상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편성,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기준 현실화 등 인프라 투자 활성화 방안과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개정 등 건설안전 강화 방안도 제안했다.
1분기 수출증가율도 –1.9%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24년 8.1%였던 한국 수출증가율이 2025년 -4.0%의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상·하반기별로도 연중 내내 감소세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며, 미국과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수출 산업일수록 실적의 부침이 상대적으로 심할 것”이라며 “다만, 향후 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 협상의 결과와 미중 간 관세 전쟁의 향방에 따라, 하반기 수출 경기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수출 경기 둔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어, 비록 2월과 3월 수출증가율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으나 향후 감소세로의 전환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니 고용이 창출될 리가 없어 민간소비증가율도 –0.1%다. 민간소비와 가장 밀접한 자영업자들은 연간 100만개이상 폐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0.2%의 성장률이 초래된 것이다. 이렇게 되니 산업공단의 가동률이 70% 아래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근로자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다. 일자리를 못구한 청년 백수가 120만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의 설비투자증가율과 건설투자증가율 플러스로 회복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을 옭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금리도 낮추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케인즈의 거시경제학이 가르치고 있는 바다. 지금 한국에서는 기업투자를 옭죄고 있는 각종 규제들, 예를 들면 높은 상속세 법인세, 낮은 투자세액 공제 연구개발세액공제 등에서부터 경직적인 주 52시간 규제, 높은 최저임금, 노동시장의 과도한 경직성,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연속 4분기 째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해 완공 후 미분양이라는 악성 미분양으로 건설업체 부도가 이어지고 있는 건설투자는 더욱 심각하다. 지방의 악성 미분양을 해소하려면 금리도 낮추어주고 건설투자를 규제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주어야 하는데 이 경우 서울 강남의 집값이 들썩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에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서울에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 재개발을 활성화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해 놓고는 내부적으로 각종 규제로 통합기획을 통한 재건축 재개발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문정부가 남긴 사유재산 침해소지가 있는 반시장적 토지거래허가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건설업체 부도는 이어지고 공급부족이 이어지면 2~3년 후 집값 급등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전향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마이너스 수출증가율을 반전시킬 수 있는 통상대책도 절실하다. 동남아 중남미 등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도 필요하고 중국시장의 진출을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중국은 시장개척은커녕 중국의 밀어내기수출로 철강 석유화학 전기차 바테리 태양광 등 한국이 몸쌀을 앓고 있는 실정이어서 한중자유무엽협정 재협상 등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환율도 적정 수준에서 운용되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경상수지 개념이 과거와는 달리 해외 진출한 기업의 수출까지 포함하고 있어 경상수지로 적정환율을 분석할 때는 주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도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미리부터 전국민 대상 현금살포는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재정만 악화시키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처럼 분야별 미시적 대책에서부터 거시정책에 이르기까지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책대전환으로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고려대 경제학과·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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