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구치도 안 난 아이들이 아이돌로 데뷔하는 세상입니다. ‘최연소 아이돌’ 유니스(UNIS) 멤버 서원 양 이야기입니다. 서원 양은 2011년 생으로 올해 만 14세입니다. ‘슬미로운 치아백서’에서 갑자기 아이돌 이야기냐고요. 작년 방송 중에 서원이 고기를 먹다 이가 빠졌는데, 빠진 이가 유치였기 때문입니다.
유치는 젖먹이 때 나서 영구치가 나기 전까지 사용하는 이입니다. 보통 7세부터 먼저 난 순서대로 치아가 빠지기 시작합니다. 서원 양 유치는 늦게 빠진 셈입니다. 유치가 늦게 빠지는 것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닙니다. 다만, 유치에 충치가 없었다면 닦고, 바르고, 메우기를 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대칭도 반대교합도 없는 아름다운 얼굴, 이유가 있었네요.
어차피 빠질 유치를 왜 닦고, 치료해야 하는 것일까요. 보통 유치를 영구치가 나기 전까지만 사용하는 ‘임시 치아’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큰일 날 생각입니다.
다행히 쉽고 저렴한 예방법이 있습니다. 일명, 닦고 바르고 메우기입니다.
닦기는 충치 예방 핵심 요소인 칫솔과 치실 사용입니다. 칫솔질만이 치면 세균막(플라크)을 매일 물리적으로 제거해 줄 수 있습니다. 입속에 남은 당(음식물 잔사)도 제거할 수 있지요. 치아를 하나하나씩 다 닦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치아의 모든 면을 닦아주어야 합니다. 치아와 치아 사이는 매일 밤 치실질을 꼭 해주세요. 아이가 스스로 닦더라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부모가 확인하고 마무리해 주는 게 좋습니다.
바르기는 불소도포입니다. 불소는 △재광화 △탈회 억제 △세균 대사 억제 세 가지 기전으로 충치 발생을 억제합니다. 재광화는 이미 충치 세균이 생성해 낸 산(acid)에 의한 공격을 받아 손상된 치아 표면(법랑질)을 다시 복원시키는 과정입니다. 탈회 억제는 불소가 ‘플루오르화인회석’을 형성하여 원래의 치아가 가진 구조물을 더 탄탄하게 하는 것입니다. 세균 대사 억제는 불소성분이 충치 세균의 당화효소의 발현을 막아 산 성분(특히, 젖산)의 생성을 저하해 충치 원인 단계를 차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치과의사가 3~6개월 주기로 아이 치아에 불소도포를 권장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메우기는 실란트입니다. 실란트는 어금니의 ‘충치를 막는 찰흙’ 같은 존재입니다. 어금니 씹는 면에 있는 좁고 깊은 홈을 치과재료로 막아서 음식물 잔사가 끼지 않도록 막아주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치과에서 보험수가로 치아 당 몇천 원의 치료비로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유치는 실상 때가 되면 빠집니다. 그렇지만 구강 위생 습관은 평생 남습니다. 어릴 때 이 닦는 습관이, 어른이 돼서 치과를 내원하는 횟수를 결정할 정도지요. 그럼에도 매일 밤 도망치는 아이를 붙잡고 칫솔질을 시키는 전쟁이 집마다 벌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예쁘고 잘생긴 얼굴이 잘못된 치아 관리로 틀어진다면 얼마나 속상할까요. 닦고, 바르고, 메우기를 통해 꿈을 향해 내달리는 아이들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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