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미로운 치아백서] 학원은 빠지지 않으면서, 치과는 왜 미루게 될까요

  • 3월 새 학년, 새 학기 아이 미래 준비하는 점검표

유슬미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3월을 맞이하는 부모들의 하루는 더욱 분주해집니다. 새 학년에 맞추어 시간표를 정리하고, 학원 스케줄을 조정하고, 교복·교과서와 준비물을 점검하죠. 달력에는 이미 빈칸이 없습니다. 영어, 수학, 체육, 코딩.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 일정들이 촘촘히 들어 서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중요한 신체의 건강에 관한 칸이 비어 있네요.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겠지.”, “이번 학기 적응부터 하고 나서 가자.” 그렇게 치과는 늘 다음 순번으로 밀립니다. 그러나 치아는 부모의 일정표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새 학년은 공부의 출발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강 건강의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나이에 따라 반드시 짚어야 할 점검 포인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 돌을 지나 네 살 무렵까지는 치료보다 습관이 전부를 좌우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아이는 자율성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양치를 거부하기 시작합니다. 부모는 설득과 타협 사이에서 지치기 쉬우나, 이때 형성된 취침 전 양치 습관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아이 혼자 하는 양치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보호자의 마무리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밤중 수유나 주스 습관이 남아 있다면 끊도록 해야 합니다. 어린이집 적응만큼 중요한 것이 ‘잠들기 전 3분’임을 명심하세요. 치과 첫 검진을 시작하고 불소 도포 상담도 고려할 시점입니다. 

다섯 살에서 일곱 살, 초등 입학을 앞둔 시기는 더욱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놓치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여섯 살 전후로는 첫 번째 큰 어금니, 이른바 ‘6세 구치’가 맹출합니다. 아이의 입 속 가장 깊은 곳에 있어서 부모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평생 사용해야 할 영구치이며, 이 치아에 충치가 생기면 이후 치열과 교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제1대구치 치아 홈 메우기(실란트)를 고려하고, 앞서 맹출한 유치에 생긴 충치들을 방치하지 않았는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초등 입학은 정규교육 학교 학습의 시작이지만, 동시에 치과적으로는 영구치 관리의 시작이기도 한 셈입니다.

초등 입학 이후로는 또 다른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아이가 학원 등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간식과 음료의 종류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학원 이동 중 마시는 음료수, 편의점 간편식, 늦은 저녁 식사. 밤 9시 이후 음식 섭취가 잦아지고, 피곤한 상태에서 대충 양치하는 날도 많아지게 마련입니다. 바쁜 아이일수록 충치 위험은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을 아시나요? 정기 검진을 통해 구강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스케일링 시점을 상담하는 것이 좋다.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말은 치아에게 면죄부가 되지 않음을 기억하세요. 

신학기는 습관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지요. 공부 습관과 생활 습관을 점검하듯, 구강 관리 습관도 함께 정비할 때입니다. 우리는 때로 아이의 학업 성취를 고민하면서도, 그 성취를 지탱하는 기반에 대해서는 쉽게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충치는 단순히 이가 썩는 문제가 아닙니다. 통증은 수면을 방해하고, 수면 부족은 집중력을 떨어뜨리죠. 잘 씹는 기능은 영양 섭취와 연결되고, 이는 성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치아는 학습의 주변 요소가 아니라 기반 요소인 것입니다. 아이의 미래는 성적표 위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조용히, 입 속 치아들 위에서도 함께 자라납니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