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라부부·몰리..."美 힙스터도 홀린 中 장난감

  • 中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 인기비결

  • 귀엽다기보단 심술궂게 생긴 '라부부'

  • 리사, 리한나, 두아 리파도 빠졌다

  • '외로움 경제' 시대 Z세대 감성 자극

  • 1년새 주가 5배 급등…창업주 '돈방석'

"지난 4월 25일 새벽 4시께(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 중국계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파오파오마터) 매장 앞에는 이미 수백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전날 밤 10시부터 매장 앞에서 꼬박 밤을 샌 사람도 있다. 이날 출시되는 팝마트 ‘라부부(Labubu)’의 3세대 신제품(빅 인투 에너지)을 구매하려는 인파다. 같은 날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지의 팝마트 매장 앞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팝마트 공식 앱은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라부부 사진팝마트 홈페이지
라부부 3세대 신제품'빅 인투 에너지' 컬렉션  [사진=팝마트 홈페이지]

라부부는 팝마트의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팝마트와 전속 계약한 홍콩 출신의 네덜란드 일러스트레이터 카이싱 룽이 디자인한 라부부는 우뚝 솟은 귀, 송곳니처럼 삐죽삐죽한 이빨, 장난기 가득한 눈매와 표정,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작은 괴물이다. 몬스터 시리즈로 처음 시장에 출시된 라부부는 ‘귀엽다’기보다는 다소 심술궂게 생긴 이미지가 매력 포인트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사는 ‘나’를 연상케 하는 라부부에 젊은 층이 열광하는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장난감은 개당 평균 가격이 2만원이 넘지만, 전 세계 Z세대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가 전 세계 장난감 산업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짝퉁 장난감 천국이었던 중국에서 탄생한 팝마트는 동남아·유럽·미국 등 세계 각국 청년들을 사로잡으며 중국의 또 하나의 소프트파워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심술궂게 생긴 라부부···Z세대 '문화 아이콘'으로
 
중국 베이징 시내 한 팝마트 매장 입구에 몬스터 시리즈의 라부부 랜덤박스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베이징 시내 한 팝마트 매장 입구에 몬스터 시리즈의 '라부부' 랜덤박스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배인선 특파원]

2010년 베이징 차오양구 한 쇼핑몰 매장에서 시작한 팝마트는 처음엔 일본·미국 등 세계 각국 피규어를 전시 판매하는 편집숍이었다. 하지만 창업주 왕닝은 2016년부터 캐릭터 IP(지식 재산권)·상품의 기획 운영 사업가로 변신을 꾀한다. 홍콩 디자이너 왕밍신이 디자인한 캐릭터 몰리(Molly)와 IP 계약을 맺고 아트토이를 담은 랜덤박스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 특히 불투명한 랜덤박스 안에 어떤 피규어가 들어있는지 예측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소비자 호기심을 유발해 수집욕구와 재구매를 자극했다. 2024년 현재 중국 내 팝마트 등록 회원 수만 4600만명이 넘는다.

중국 Z세대를 사로잡은 팝마트는 이제 전 세계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현재 23개국 이상에 진출한 팝마트는 뉴욕, 파리, 방콕, 도쿄, 서울 등 곳곳에 직영점과 팝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라부부는 미국 브루클린 예술가와 로스앤젤레스 힙스터(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 아이콘’이 됐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실제 블랙핑크 멤버 리사, 팝스타 리한나와 두아 리파, 미국 여배우 엠마 로버츠 등 글로벌 스타들 사이에서 라부부 인형을 가방에 다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미국 스톡엑스 등 리셀러(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한정판 라부부 제품은 개당 최고 2000달러(약 28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등 '아트토이 투기 붐'까지 일으켰다고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은 보도했다. 

라부부 열풍은 팝마트의 실적 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팝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130억 위안(약 2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갑절로 증가했다. 2020년 홍콩증시 상장 당시 연매출 25억 위안에서 5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특히 중국 본토 지역 외 매출은 전년보다 375% 증가한 50억 위안으로,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이에 팝마트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지난 한 해에만 5배 가까이 뛰었고, 38세의 팝마트 창업주 왕닝은 돈방석에 앉았다.

왕닝 창업주는 최근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올해 해외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갑절 증가한 100억 위안으로 잡았다”며 “브랜드와 제품이 전 세계로 퍼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세계적인 팝마트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개성 있는 캐릭터, 랜덤박스로 Z세대 감성 자극
 
급증하는 팝마트 해외매출자료팝마트 실적보고서
급증하는 팝마트 해외매출 [자료=팝마트 실적보고서]
손바닥 크기만한 장난감 인형에 전 세계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팝마트는 무엇보다 ‘외로움 경제’의 시대를 사는 젊은 층의 감성소비를 자극했다. 고된 삶에 지친 청년들에게 팝마트는 단순히 장난감을 구매하는 곳이 아닌 ‘나’를 상징하는 무언가를 사는 힐링의 장소가 됐다.

심술궂은 표정의 라부부, 츤데레한 표정의 몰리, 우는 표정의 크라이베이비까지, 제각각 개성 있는 IP 캐릭터의 피규어가 중국은 물론 전 세계 Z세대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이유다.

팝마트는 전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를 전속 고용하거나 협업하는 방식으로 매년 수십개의 오리지널 IP와 컬렉션을 만들어낸다. 또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티스트 약력을 공유하고, 캐릭터의 배경 스토리와 관련 콘텐츠를 게시하며 소비자와 깊은 유대감도 형성해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뿐만 아니라 피규어를 랜덤박스 안에 담아 팔아 소비자들은 무엇을 고를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설렘을 느끼고, 이러한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밖에 팝마트는 체험형 매장은 물론, 곳곳에 자판기 형태의 로보숍 형태로 운영해 접근성을 높이면서 매장 임대 비용도 대폭 절감했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캐릭터·색상·컬렉션별로 소비자 선호도를 분석해서 아트토이를 생산하고 매장에 진열함으로써 시장 수요에도 잘 대응하고 있다. 또한 올해 베이징에 최초로 ‘아트토이 테마파크’ 개장도 예고하는 등  단순한 장난감 판매 스토어가 아닌 팝마트 자신만의 아트토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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