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리포트] 포털의 위기...검색엔진 20년 선두 구글 위협하는 AI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구글의 글로벌 검색엔진 점유율이 7년여 만에 90% 아래로 하락하며 검색 시장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챗GPT, 퍼플렉시티, 앤스로픽 등 인공지능(AI) 기반 검색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1위 검색엔진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AI 검색은 기존 검색엔진의 단순 키워드 매칭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어 처리와 맥락 이해를 바탕으로 더 직관적이고 개인화된 결과를 제공하며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광고 중심 수익 모델에 의존해 온 구글은 점유율 하락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검색 시장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는 구글뿐 아니라 전체 디지털 광고 산업에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AI 검색은 광고 노출 방식과 사용자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며, 기존 스폰서 광고 중심인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13일 IT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의 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 에디 큐(Eddy Cue)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DoJ)의 구글 반독점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된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 검색량이 2025년 4월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에디 큐는 이 현상을 AI 기반 검색 서비스의 인기 급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사용자들이 전통 검색엔진 대신 AI 챗봇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에디 큐는 또한 애플이 오픈AI, 퍼플렉시티, 앤스로픽 등 AI 검색 서비스를 자사 기기에 통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애플이 구글과 독점 계약한 것에서 벗어나 AI 중심의 새로운 검색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스탯카운터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구글의 글로벌 검색엔진 점유율은 89.7%로 2018년 8월 이후 6년 8개월 만에 90% 선이 무너졌다. 특히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의 검색량은 같은 기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하며 AI 검색의 영향력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소식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이날 7% 이상 급락하며 S&P 500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2022년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이후 월스트리트에서는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AI 챗봇은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복잡한 질문에 대한 요약 답변과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며 사용자 경험을 혁신했다. 예를 들어 챗GPT는 사용자 질문에 대화하듯 답하며, 필요에 따라 추가 질문을 제안해 검색 과정 자체를 간소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구글의 전통적인 블루링크 검색 결과 페이지와 차별화되며 특히 젊은 세대에게 선호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검색의 부상이 검색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고 입을 모은다. 에디 큐는 “사용자들이 점점 AI 기반 검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딥워터 애셋 매니지먼트의 매니징 파트너 진 먼스터(Gene Munster)는 X에 올린 글에서 “검색은 지난 25년간 익숙했던 블루링크 중심의 결과 페이지에서 AI 기반의 대화형 결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변화가 구글의 수익 모델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 먼스터는 특히 광고 중심 수익 모델에 대한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2025년 1분기 알파벳 매출 56%는 검색엔진, 지메일, 구글 지도, 구글 플레이 등에 게재된 광고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AI 검색은 광고 노출 기회를 줄이고, 사용자 맞춤형 답변에 집중하며 광고 단가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구글의 재무 구조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AI 검색의 급성장은 시장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23년 퍼플렉시티의 연간 검색 질문 수는 약 5억건이었으나 2024년 7월 기준 월 2억5000만건으로 급증했다. 퍼플렉시티는 실시간 웹 데이터와 학술 자료를 활용해 정확하고 간결한 답변을 제공하며, 특히 연구자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퍼플렉시티의 잠재력을 보고 직접 투자에 나섰으며, 자사 고객에게 퍼플렉시티 유료 버전을 1년간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오픈AI도 서치GPT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서치GPT는 챗GPT의 대화형 AI 기술을 검색에 접목해 사용자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최적화된 결과를 제공한다. 이는 구글이 지난 20년간 구축한 검색 시장의 견고한 장벽을 허물 가능성을 보여준다.
 
소비자 행동 변화도 AI 검색의 부상을 뒷받침한다. Z세대(1997~2012년 출생)는 데스크톱 웹 브라우저 대신 스마트폰 앱을 선호하며, 검색 방식도 다변화되고 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2023년 4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 45%가 구글 대신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주로 검색한다.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 35%, X세대(1965~1980년 출생) 20%도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매, 식사, 여가 정보를 찾는다. GWI Core 조사에서는 2016년 Z세대 40%가 브랜드·제품·서비스 검색 시 소셜미디어를 사용했으나 2023년에는 52%로 증가했다.
 
이마케터의 2023년 7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57%가 온라인 쇼핑 검색을 아마존에서 시작하며 검색엔진(42%)을 앞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3년 10월 구글의 미국 검색 광고 시장 점유율이 2018년 60%에서 2025년 50%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광고주들이 구글 이외 플랫폼으로 광고 예산을 분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검색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검색엔진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토리블록(Storyblok)의 2023년 8월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40%가 제품 조사 시 챗GPT 같은 AI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며, 17%는 AI 도구를 가장 중요한 정보원으로 꼽았다. 브랜드 담당자 47%는 AI 검색이 기존 검색엔진 최적화(SEO) 전략을 뒤흔들 것이라고 답했으며, 20%는 콘텐츠 전략이 전면적으로 개편되기 시작됐다고 말했다. IBM의 ‘2024년 소비자 연구’에서도 26개국 2만명 중 55%가 구매 결정에 AI 비서를 활용하며, 59%가 AI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구글과 네이버 같은 전통 검색엔진 강자들은 AI 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구글은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를 검색엔진에 통합해 검색 결과에 대화형 답변과 요약 정보를 추가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는 AI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검색어의 의도와 맥락을 분석해 요약 답변, 출처, 관련 질문을 제공한다. 양사는 특정 브랜드가 AI 검색에서 두드러지도록 하는 ‘AI 검색 최적화’ 비즈니스도 개척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기존 ‘지식IN’을 대체하는 ‘AI브리핑’을 도입했다. AI브리핑은 사용자 질문에 대한 요약 답변과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제공하며, 검색 과정을 간소화한다. 이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고자 하는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구글 역시 제미나이를 활용해 검색과 AI를 융합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개발하며 경쟁력을 유지하려 한다.
 
산업 구조 변화는 불가피하다. 포털 광고 중심이던 수익 모델이 구독형 또는 AI 기반 프리미엄 서비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퍼플렉시티는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고급 기능과 더 많은 검색 쿼리를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이러한 모델은 구글과 네이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포털 관계자는 “AI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한 구글과 네이버는 AI 분야에서도 강점을 가진다”며 “사업 구조는 변화할 수 있지만 AI가 이들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기반의 AI 학습과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가 향후 검색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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