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후지쯔, 대졸 일괄 채용 폐지...수시채용 바람 부는 日

  • "입사 후 인재를 육성하는 방식으로는 시장 변화 대응할 수 없어"

사진후지쯔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후지쯔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의 대표적인 정보통신기술 기업 후지쯔가 대졸 일괄 채용 제도를 공식적으로 폐지하고 직무 중심의 수시 채용 체계로 전면 전환한다. 이는 그동안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여온 일본 채용 문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후지쯔가 올해부터 기존 대졸 일괄 채용 방식을 중단하고 연중 상시 필요한 인재를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특히 채용 규모는 사전에 정하지 않고, 직무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된다.
 
또한 후지쯔는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직무 중심의 수시 채용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종합직과 일반직의 구분을 폐지하고, 부서별 수요에 따라 채용 인원이 부족하면 중도 채용이나 사내 공모로 보완하는 방안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능력에 따라 초봉을 차등 지급하는 구조로 변경된다. 현재 일본의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은 약 550만 엔(약 5200만원)에서 700만 엔(약 6700만원)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후지쯔는 이번 인사 개편의 핵심 열쇠로 인턴십 확대를 꼽았다. 회사는 1~6개월의 유급 인턴을 운영하며, 특히 2026년 졸업 예정자 대상 인턴십 규모를 전년 대비 10배 이상으로 늘렸다. 또 원격 근무와 출퇴근을 병행해 학업 부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원래 일본의 전통적인 채용 방식인 대졸 일괄 채용은 대학 3학년을 대상으로 조기 취업을 확정 짓는 방식이다. 이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데 일조했지만, 기술 변화와 시장의 유연성, 청년 가치관 변화 등으로 구직자와 구인자 간 미스매치(불일치) 문제 등 한계가 드러났다. 후지쯔의 히로키 히라마츠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채용 방식을 바꾸게 된 데는 입사 후 인재를 천천히 육성하는 방식으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제도로 인해 인재가 유출될지 우려하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개혁을 단행한 것은 위기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괄 채용 폐지로) 부담은 커지겠지만, 힘든 만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90년 역사를 가진 이 규모의 회사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본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도 채용 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 청년들은 과거와 달리 성장을 우선시하며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이나 외국계 기업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후지쯔는 이미 1993년 일본 대기업 중 처음으로 성과주의 인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통적인 일본식 고용 관행에 혁신을 시도해 온 기업이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 대기업이 신규 대졸 일괄 채용을 폐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채용 시장 변화는 일본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닛케이가 지난 13일 발표한 채용계획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일본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비중은 작년보다 3.8%포인트 늘어난 46.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수시 채용 규모가 약 15만 명이라는 것인데, 이는 신입사원 채용 규모인 17만 명에 버금가는 규모다.
 
닛케이는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수시 채용의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일본 IBM은 지난해 AI·사이버보안 분야 인재 확보를 위해 수시채용 규모를 73%나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저출생과 청년 등을 포함한 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일본 산업계 전반의 신규 인재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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