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제조업 국내총생산(GDP)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발표한 '우리 제조업 국내 및 해외 수요 의존도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제조업 GDP는 총 4838억달러로 이 가운데 58.4%(2824억 달러)가 해외 수요로 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요는 41.6%(2014억 달러)로 집계됐다.
해외 수요 의존도는 2000년(52.7%)보다 5.7%포인트 상승한 반면 국내 수요 의존도는 47.3%(2000년)에서 41.6%(2023년)로 하락했다. 해외 수요가 한국 제조업 생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확대된 것이다.
제조업 GDP 해외 수요 의존도가 국내 수요보다 더 높은 한국과 달리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제조업 GDP의 자국 내 수요 의존도가 더 높았다.
미국(75.9%)과 중국(70.1%) 제조업 GDP의 자국 내 수요 의존도는 70%를 넘었고, 일본(59.4%)도 절반 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제조업 GDP의 국가별 의존도는 미국(13.7%)이 가장 높았고, 이어 중국(10.8%), 일본(2.6%), 인도(1.9%) 등 순이었다.
다만 미국 의존도는 2000년 대비 1.1%포인트 줄었고, 중국 의존도는 두 배 이상 커졌다.
이에 따라 한국 제조업 GDP의 미중 수요 의존도는 24.5%로 주요 제조업 경쟁국인 일본(17.5%), 독일(15.8%)을 크게 상회했다.
경총은 이에 대해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양국 경제활동이 위축될 경우 다른 경쟁국보다 우리 제조업 생산에 더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장비 업종 GDP의 해외 수요 의존도는 2000년 68.2%에서 2023년 76.7%로, 8.5%포인트 상승했다. 미중 수요 의존도는 37.5%로 일본(33.2%), 독일(20.9%)보다 높았고 대만(53.1%)보다는 낮았다.
한국 제조업 GDP의 글로벌 점유율은 2000년 8위(2.6%)에서 2023년 6위(2.8%)로 상승했다. 미국은 1위(27.1%)에서 2위(17.0%)로 내려앉았고 중국(6.3%→27.1%)이 선두에 올랐다. 일본(6.1%), 독일(5.1%), 인도(3.0%)가 3∼5위를 차지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로 해외 수요 의존도,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제조업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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