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공 행진 중인 일본의 쌀 가격을 잡기 위해 새로 기용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에게 이시바 시게루 정권의 운명이 달렸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23일, 이시바 총리가 약속한 5kg 쌀 3000엔(약 2만9000원) 보다 더 싼 2000엔(약 1만9000원)대까지 가격을 끌어내리겠다고 공언하며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와 관련해 지지통신은 23일, “‘고이즈미 vs 농협·자민당 농림족(族)’ 대립 구도가 부상한 가운데 고이즈미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7월 참의원(상원)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20%대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이시바 정권으로선 쌀값을 잡지 못하면 여당 과반 확보가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 일본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5kg 쌀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가 넘는 평균 4268엔(약 4만8000원)이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23일 내각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정부 비축미 방출을 ‘일반 경쟁 입찰’ 방식에서 ‘임의 계약’ 방식으로 전환하고 다음 주 초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르면 다음 달 초에 2000엔대 비축미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부가 비축미 가격을 결정해 6월 초를 목표로 마트 등 소매점에 2000엔대의 저가로 판매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비축미를 31만t이나 입찰에 내놨지만 전국 소매점에 제대로 풀리지 않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전국 농업 유통을 독과점하고 있는 JA전농(일본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이 쌀값 하락을 피하기 물량을 더디게 풀고 있으며, 에토 전 농림상과 같은 이른바 ‘농림족’ 정치인들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다.
여당 내에서는 고이즈미 농림상의 돌파력으로 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크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한 자민당 관계자는 “쌀 가격이 하락하면 지지율도 회복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연립 여당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농림상의 새 정책을 지켜보겠다. 전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농림상의 ‘2000엔대 쌀’ 승부수는 이시바 정권의 명운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공언대로 쌀값을 잡게 되면 차기 총리 후보로서의 면모를 각인시킬 수 있다. 지지통신은 “지난해 당 총재 선거에서는 경험 부족을 드러냈지만 농림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다음 단계’로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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