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임원들 잇단 지분 매각…경계심 부추겨

  • '사전공시제' 실효성 의문

  • 이달 1억 이상 자사주 매도 39건

  • 매매 30일 전 사전보고 해야지만

  • 형식에 불과…주주보호 불충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상장사 임원들의 잇단 지분 매각이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부터 사전 공시 규정을 강화했으나 제도의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장사 임원 등 내부자가 장내에서 1억원 이상 규모로 자사주를 매도한 사례는 총 3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45건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3월(22건), 2월(42건), 1월(25건)과 비교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내부자의 주식 매도는 실현이익을 위한 합법적인 행위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회사 내부 정보를 가장 잘 아는 임원의 매도를 '고점 신호'로 인식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주가가 급등한 일부 기업에서는 임원과 특수관계인의 매도 사례가 잇따르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27일 홍성명 두산에너빌리티 전무는 지난 5월 20일 보유주식 9000주를 주당 3만4600원에 매각해 총 3억1140만원을 현금화했다. 홍 전무는 올해 2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같은 수량의 주식을 주당 1만3850원에 취득했다. 약 석 달 만에 주가가 2배 이상 오르면서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장재진 오리엔트정공 회장은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 8.77%(278만1000주)를 주당 평균 1만1375원에 매각해 316억3498만원을 챙겼다. 오리엔트정공은 이재명 관련주로 분류되는 자동차 부품업체로 대선 정국에서 정치 테마주로 부각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노성재 대한항공 상무는 지난 9일 7470주를 주당 2만2266원에 매각해 1억6632만원을 현금화했다. 임윤지 에이피알 이사와 이민경 전무이사는 지난 12일 각각 보유 주식 5000주와 5만1000주를 주당 9만6040원, 9만2631원에 장내 매도해 각각 4억8020만원, 47억2418만원을 챙겼다.
 
이처럼 내부자 매도가 이어지자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 도입한 '상장사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제도는 2022년 카카오페이 임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 논란을 계기로 마련됐다. 당시 류영준 전 대표 등 임원 9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약 469억원 규모의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시장의 비판을 받았고 주가는 급락했다.
 
개정된 제도에 따라 상장사 내부자는 주식 매매 예정일 최소 30일 전에 거래 목적, 가격, 수량, 기간 등을 증권선물위원회와 거래소에 사전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급등한 주가 앞에서는 해당 규정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전 공시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투자자 보호 기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 후 주가 하락으로 불공정거래 의혹이 반복되고 있다"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내부자의 사전 거래계획에 대한 면책요건을 명확히 하면 사전신고 제도의 정책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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