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칫하면 최악의 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22년 전 대구 지하철 참사의 악몽이 반복될 뻔 했지만,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피해가 크지 않았다.
소방 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31일 오전 8시 45분께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지나는 열차에서 방화로 인해 불이 났다. 방화 용의자 60대 남성 A씨는 사고 발생 1시간 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열차 출발 직후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옷가지에 불을 붙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점화기(토치), 유리통 등의 물품이 나왔다. 경찰의 추궁 끝에 A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큰 피해가 우려됐으나, 승객 400여명이 발 빠르게 터널로 대피한 것이 주효했다. 이번 화재로 21명이 호흡 곤란과 연기 흡입 증상으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피해를 최소화했다. 다행히 지난 2003년 2월 18일 192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재현되지 않았다.
또한 지하철 내부 소재를 불에 타지 않는 소재인 '불연재'로 교체한 효과를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과장은 "최근 지하철 열차는 대부분 불연재로 돼 있어, 쓰레기 일부 정도만 불에 탔다"고 전했다. 지하철 내부가 불연재로 바뀐 건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다.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에는 열차 의자 시트가 폴리우레탄폼 재질, 바닥이나 벽은 섬유강화플라스틱(FRP), 폴리염화비닐 등 불에 타는 가연성 소재로 구성됐다. 이로 인해 열차 내부에 순식간에 유독가스가 퍼졌고, 사망자 192명, 부상자 및 실종자 173명이 나오는 초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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