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인해 조기 실시된 6.3 대선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49.42%의 득표율로 41.15%에 그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제치고 선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오전 6시 21분을 기점으로 대통령 업무를 시작했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인해 후보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내란 극복'을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과 '독재 정권 타도'를 외친 김문수 후보, 새 시대를 외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노동인권을 강조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등이 서로를 향한 비판을 무차별 쏟아냈다. 그렇기에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의 네거티브 발언들이 끊이질 않았고, 국민들의 피로감은 쌓여갔다.
이재명 "극단적 예시"…"커피원가 120원"

이준석 후보가 지난달 18일 열린 대선 1차 토론에서 "소비 성향이 계속 1로 도냐"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기된 '호텔경제학'을 지적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그건 극단적 예를 한 번 들어본 것이다. 왜 이렇게 단순한가"라고 반격했다. 호텔경제학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의 예약금을 내면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 이후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환불받아 떠나더라도 이 동네에 들어온 돈은 아무것도 없지만, 돈이 돌았다. 이것이 경제"라고 발언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2차 토론회에서 호텔경제학 방어를 위해 밥 맥티어, 루카스 차이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27일 3차 토론회를 통해 "호텔경제학 방어를 위해 루카스 차이제라는 분을 아는지 물어봐서 많은 분들이 놀랐다. 저는 더 놀란 것이 이분이 알고 보니 독일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을 지낸 분"이라며 "(공산당) 기관지를 읽고 이런 분들을 아시는 건지, 어떤 경로로 루카스 차이제의 사상을 접하신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조사하셨으면, 국민에게 본인의 호텔경제학을 방어하기 위해 공산주의자 철학을 들고 와서 가르치려 하느냐. 저는 이게 의아하다"고 맹폭했다.
이뿐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군산 유세에서 "5만원 받고 땀 뻘뻘 흘리며 한 시간 (닭을) 고아서 팔아봐야 3만원밖에 안 남지 않냐. 그런데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 120원이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에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커피 원가가 120원인데, 너무 비싸게 판다'는 발언에 커피로 생계를 이어가는 수많은 자영업자는 가슴을 쳤다"고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명백히 후보자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 사실 공표다. '커피를 너무 비싸게 판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 5년 전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의 원가를 말한 것이고, 그 외의 인건비나 부자재비, 인테리어비 등 제반 비용을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김문수, 연이은 "단일화 촉구"에 잡음

김문수 후보의 대선은 '단일화'가 주요 키워드로 남았다. 단일화로 시작해 단일화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하겠다"고 발언하며 당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한 전 총리와 단일화 과정에서 법정 공방으로 번지는 등 잡음이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당원들의 선택에 따라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나섰지만, 파장은 컸다.
이어 김문수 후보는 '반명(반이재명) 빅텐트'를 앞세워 이준석 후보에게 단일화를 연이어 촉구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할 수 없다"고 공언했고, 끝내 단일화는 무산됐다. 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49.42%)보다 김문수 후보(41.15%)와 이준석 후보(8.34%)의 합산이 더 높았기에, 보수층 일각에선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토론으로 주가 올린 이준석, "젓가락" 발언 물의

이준석 후보는 1·2차 대선 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호텔경제학과 커피 원가 발언을 지적하며 주가를 높였으나, 지난달 27일 3차 대선 후보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게 "민주노동당 기준으로 어떤 사람이 여성의 성기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하면 여성 혐오인가"라는 발언을 하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동의를 구해 위기를 맞았다. 일각에선 이 발언이 이재명 대통령 아들의 과거 성희롱 댓글 의혹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준석 후보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는 평소 성차별이나 혐오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오신 두 분 후보에게 인터넷상에서 누군가가 했던 믿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구했다. 공공의 방송인 점을 감안해 원래 표현을 최대한 정제해 언급했음에도 두 후보는 해당 사안에 대해 평가를 피하거나 답변을 유보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결국 이준석 후보는 지난달 28일 여의도공원 유세에서 "(발언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는 말로 한발 물러섰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공명선거법률지원단은 "제21대 대선에서 도를 넘은 혐오 발언과 각종 허위 발언으로 민주 정치를 오염 시키고 있는 이준석 후보의 중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재명 후보 및 그 가족, 모든 유권자를 향한 혐오 발언이며 매우 중대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자가 위와 같은 표현을 했다고 오인하도록, 또는 이재명 후보자의 가족이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발언하였으나,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 공표다. 따라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악의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공익적 목적이 아닌, 방송을 통해 공연히 허위의 사실로 이재명 후보 또는 이재명 후보의 가족을 깎아내리거나 헐뜯기 위한 것임이 명백하다. 이준석 후보의 혐오 발언은 자신이 당선되거나 이재명 후보자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비방한 것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251조가 규정하는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총 21명의 의원은 이준석 후보에 대한 국회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준석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2둥대, 3중대, 4중대 격에 해당하는 정당들이 저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하겠다고 한다"면서 맞섰다. 의원직 제명안은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권영국 "트럼프에 레드카드"…손가락에 民 표시로 尹 풍자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TV 토론에 나선 세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다소 떨어졌음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보여줬다.
권영국 후보는 지난달 18일 1차 대선 후보 토론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대한민국 경제 주권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 눈치 보며 머리 조아리고 조공을 바칠 궁리나 하는 정부에 미래가 없다. 세계의 노동자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야지 않겠느냐. 그래서 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레드카드를 보낸다"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추가로 권영국 후보는 지난달 23일 2차 토론에선 손바닥에 '백성 민(民)'자를 쓰고 나와 관심을 끌었다. 이는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열린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를 작성한 채 토론에 임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풍자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권영국 후보는 "민생을 위하고 민중을 위하는 그 대표를 뽑는 선거라고 생각해 민(民) 자를 쓰고 이 자리에 나왔다. 왕이 아닌 민중의 대표를 뽑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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