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李정부, '도천지장법'의 실용외교가 필요하다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이 아시아 패권국이 되려고 한다.” 지난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기조연설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남중국해 분쟁을 거론하며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2기 글로벌 지정학 패권을 두고 양국 간 무역전쟁을 넘어 국방, 안보로 충돌과 대립의 전선이 확대되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최근 관세전쟁을 두고 양국 정상 간 전화통화가 있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지난 3일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에 중국의 개입과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새 정부의 균형·실용·국익외교 노선에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과거 조선의 지배권을 두고 청일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한국을 두고 미·중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세계 패권의 힘을 잃어가는 미국과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 간 충돌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대륙 세력과 미국∙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 세력 간 충돌의 중심에 한반도가 있다. 국가 간 자국의 국익을 위한 외교∙통상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향후 5년 글로벌 외교와 통상 환경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손자병법 1장 시계편에 보면 ‘나라의 존망을 위해 전쟁의 승부를 결정짓는 다섯 가지 핵심 요소의 정황을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잘 관리하고 살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당면하게 될 대외 환경 변화와 리스크 속에서 최선의 국익을 찾을 수 있는 혜안이 될 것이다. 치열하고 냉혹한 미·중 대립과 충돌 속에 ’도천지장법‘ 외교통상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도(道)‘는 군주와 백성들의 뜻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심의 뜻을 잘 파악하고 그러한 민심을 얻어 단결된 힘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의미한다. 새 정부가 지향해야 할 ’도‘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미·중 패권 다툼 속에 양자택일의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고 자강의 길을 어떻게 모색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그 몫은 어느 한 나라에 치우지지 않는 균형적 사고와 미래의 정세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예지력을 갖춘 국가리더의 역할인 것이다. 역사 속에서 국력이 쇠약해 강대국에 편승해 살아왔던 국제정치학의 밴드왜건 효과를 기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

둘째, ‘천(天)’은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추위와 더위, 사계절의 변화로 천시(天時)의 기상조건 및 상황을 의미한다. 즉, 급변하는 국제정세 및 환경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국제질서 구도를 미국과 중국, 유럽의 천하삼분지계로 나누곤 한다. 미국 주도의 서방 선진국 진영과 중국 주도의 개도국 진영 간 대립이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스스로도 미·중 충돌과 대립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중국의 성장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미·중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자주성(strategic autonomy)을 추구하고 있는 유럽의 움직임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미국 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과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셋째, ‘지(地)’는 전쟁터의 멀고 가까움, 험준함과 평탄함, 넓음과 좁음, 살 곳과 죽을 곳 등 지형적 조건을 의미한다. 한반도는 역사 속에서 숱한 전쟁이 일어난 곳이다. 그만큼 전략적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과거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기 위해서 한반도를 반드시 거쳐 가야 했고, 지금은 미국의 전략적 관점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안보를 위해 한국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반도의 지정학적·전략적 자산을 미·중 양국에 지렛대로 활용하는 사고의 전환과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양국 모두 한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지렛대로 삼아 주도적으로 대미, 대중 외교∙통상전략을 펼쳐야 한다. 미·중 양국의 속내와 목적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적 외교전술이 필요하다.

넷째, ‘장(將)’은 지혜(智), 믿음(信), 어짊(仁), 용기(勇), 엄격함(嚴) 등 오덕을 가리키는 것으로 훌륭한 장수가 있어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예지력이 있다고 해도 결국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울 훌륭한 장수가 있어야 한다. 분열된 민심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정책 제안과 실행력을 겸비한 젊고 능력 있는 참모진이 있어야 한다. 과거 보수나 진보 어느 정부 때도 정책의 방향은 친미 성향 참모진에 의해 구성되었고 결정되어 왔다. 지금의 미국이 과거의 미국이 아니듯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미국적 사고방식으로 중국에 대응하는 과거의 우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골고루 등용해야 한다. 미·중 양국의 속내와 전략을 함께 이해해야 비로소 균형, 실용, 국익외교의 시나리오를 작성할 수 있다.

다섯째, ‘법(法)’은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 식량·보급물자 운용과 군대의 기강을 잡기 위한 엄격한 군법의 규율을 의미한다. 위기의 시대에 법과 규율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터에서 조직화된 힘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패권시대에 맞는 제도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미·중 양국의 파편화되고, 분절된 산업 공급망 시대가 점차 현실화될 것이다. 이를 관리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조직 시스템이 조속히 구축되어야 한다. 지난 정부 3년 동안 국내 정부 부처와 유관 기관 내 중국 관련 전담조직은 모두 해체되거나 대부분 축소되었다.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는 관계가 더욱 멀어졌고, 깊은 반목과 불신의 틈만 더 커졌다. 중국 전담조직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 또한 외교, 경제안보, 통상 분야를 총괄하는 국책 중국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인해 중국의 기술 자립과 첨단 제조·산업 경쟁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미래 첨단산업의 여러 영역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했고,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우린 이미 중국과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3년이라는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국익외교가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와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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