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의 디지털 산책] 李대통령의 AI·가상화폐 공약 …근본적 수정이 필요하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두 개의 굵직한 21대 대통령 당선자 공약인 인공지능(AI) 및 가상화폐 코인 기술 공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가지 모두 기술 및 제도 기반이 부실한 채 과장된 수사로 추진되고 있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 골자다. 정치적 동기가 앞선 탓이 크다. 100조원 규모의 AI 투자 공약이 소버린AI라는 국내판에 한정되어 글로벌 제품을 기대하는 현실적 기술 수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소버린 시제품은 이미 국내에 나와있다. 그렇다면 AI 100조원 공약은 그들을 국내 시장 상품화하는 데 수십조원 지원하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딥시크는 지금 사용자가 1억명이 넘는다. 그러면 우리 공약에는 딥시크 같은 글로벌 시장 도전은 없단 말과 같아진다. 챗GPT는 지금 사용자가 7억명이 넘는데 개발비는 7조원가량 소요됐다. 생성AI 및 저전력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싱가포르 정부는 700억원이라는 선에서 소버린AI를 현재 제작 중이다. 100조원이란 거금이 용처 세부 계획 없이 추진될 경우 제2의 중대한 금융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고 본다. 민간 자본이 결부되면 민간이 불러일으킬 것으로 판단되는 ‘대장동사태’ 및 금전사기 ‘테라 루나 사태’ 같은 부패의 고리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AI 인재 양성 공약에도 허점이 많다. 인재 20만명 혹은 100만명 같이 잔뜩 부풀린 숫자가 아니라 인재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설은 1999년부터 그간 26년간 줄기차게 대선 때마다 반복적으로 쓰여온 해묵은 구호다. 김대중 정부가 ‘사이버 코리아’를 내세우면서 등장했던 바로 그 수치가 그 이후로 대선 공약 메뉴화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국가 숙원 사업 같았지만 실속 없이 유권자들 즉 국민을 기만한 허상뿐이었다.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고급 인재 양성 전략이 아무 실효 없이 늘 부실했던 탓이다. 여태껏 무려 26년간 아무 결과물 없이 돈 나눠먹기 식으로 일관했다. 그러니 량원펑(딥시크 개발자) 같은 고급 인재가 나올 리 없었다. 따라서 딥시크 같은 것도 나올 리 만무였다. 중국이 그 같은 고급 인재를 지난 10년간 무려 200명을 배출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 우리는 그동안 뭐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알파고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 오늘로 꼭 10년. 지난 10년간 여러 나라가 그 충격에 대비하려고 각자 노력을 했다. 그 결과로 한국은 중국보다 AI에 돈을 2배 이상 더 쓰고도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딥시크 충격에 다시 한번 휩싸였다. 앞으로도 고급 인재 양성에 있어서 중국 사례를 연구하는 특단의 대책 없이는 계속 허탕칠 가능성이 크다.

알파고 충격 직후 중국은 하사비스(알파고 개발자) 같은 고급 주니어 인재를 키워낼 전략을 세웠다. 주니어 고급 인재는 시니어 고급 인재가 키워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중국으로 하여금 깨닫는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알파고였다. 반면 우리는 그런 전략 없이 그냥 국가AI연구소 설립 같은 외형적 덩치에만 돈을 썼고 기술이나 인재 개발은 도외시하고 연구 정책 개발에만 몰두했다. 그런 까닭에 칭화대의 최고 수재 집합소인 야오반(야오치즈 교수의 실험실)이 구심점이 되어 딥시크를 개발한 량원펑 같은 수재를 연 30~50명씩 배출하는 동안 우리는 그런 하사비스나 량원펑 같은 수재를 한 명도 양성해내지 못했다. 중국에 야오반 급 실험실을 가진 대학이 무려 10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 더 놀랄 수밖에 없다. 최소 199개의 또 다른 딥시크가 중국에서 또 나올 수 있다는 뜻과 같다. 지난 10년간 한국형 딥시크 같은 것 하나도 만들지 못한 원인의 기저에는 사람을 키우지 않은 책임이 있다. 누가 이에 대해 항변할 수는 있다. 숫자로는 제법 키워냈다고. 그러나 글로벌 경쟁 시대에 보통 인재 숫자는 무의미할 뿐이다.

여기서 대조적인 사실 하나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중국전산학박사1호로 현장에서 매우 활발하게 수재 후학을 양성하는 야오치즈의 이런 국가적 기여 활동과 한국전산학박사1호 카이스트 M교수의 근황에 관한 것이다. M교수 일상은 야오 교수와 전혀 다르다. 야오 교수와 전산학계 세계 최고 명문 미국 일리노이(어바나 샴페인) 대학 동문으로서 연구역량에서 완전 대등한 그는 학계 연령제한으로 강의 및 연구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다. 국가적으로 기여하려 해도 기회가 철저히 차단돼 있는 것이다. 본인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한마디로 ‘완벽’하게 봉쇄돼 있다고 한다. 국내 제도적 관행으로 국가적으로 전혀 활용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인재 전략이 왜 한국에서는 실패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대변해주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사람(시니어 고급 인재)이 사람(주니어 고급 인재)을 키우는 공식이 중요하건만 우린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게 간단히 무시된 채 말로만 인재 100만명 양성을 구호로 외쳐대고 있는 씁쓸한 처지다.

공약 서로 복사하듯 AI 3대 강국이라고 외쳤던 구호 역시 논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현재 AI 랭킹을 보면 미국이 AI 분야에서 독보적인 상태에서 영국과 중국이 그 뒤를 2위 3위로서 영·중 간에는 서로 격차 없이 둘이 바짝 붙어 있는 상호 대등한 구조다. 그러므로 한국이 4강이라면 몰라도 3강은 수사적 슬로건에 불과할 따름이다. 따라서 우리가 10년 내 2위를 목표로 하는 게 논리적이다. 대선 공약에서 정부 역할 또한 너무 과장된 경향이 짙다. 정부는 기업에 투자하고 회수를 기대하는 벤처캐피털처럼 움직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AI 생태계를 설계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인프라 건축가 역할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AI 국가 예산은 AI를 가능케 만들 데이터 인프라, 즉 국가 및 기업 데이터 효율화에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데이터 환각현상 제거에 대한 국가적 기초 인프라 제공 없이 AI는 간단히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하루하루 바쁘다. 국가가 할 일은 데이터 환각현상 제거 방법론을 선제 개발하여 전 기업에 나눠주는 것이다. 공약에는 이 중대 부분이 빠져 있다. 그러므로 대선 공약을 깨끗이 폐기하고 데이터 관점에서 이런 선제작업 없이는 국가 혈세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대선 공약 중 가상화폐 코인 공약도 문제가 있다. 코인 공약은 스테이블 코인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 코인은 일반적으로 담보 자산을 외부 기관이나 블록체인 시스템에 예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코인을 발행하는 담보형 구조다. 겉으로는 '1코인=1달러'라는 단순한 형태지만 실제로는 다층적인 기술 인프라와 금융 구조가 얽혀 있다. AI 투자 과열과 코인 도입 열의 사이에 구조적 유사성이 존재한다. 두 기술 모두 전산학에 기초를 두고 있어 기술에도 완벽을 기해야 하지만 그보다 앞서 제도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될 경우에는 대규모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낭비가 수백조원 급이 되기 십상이다. 로드맵 상 우선순위 선후행 관계는 명확하다. 정부는 혁신을 도모하려고 해도 투자자가 아닌 설계자로서 데이터 환각현상과 금융 부정행태 감시 체계 중심의 국가 AI 및 가상화폐 제도 인프라를 먼저 완벽하게 확립한 후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 순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10년간처럼 돈은 돈대로 쓰고도 성과는 없이 헛 공약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규제를 풀되 국가 시장 경제에 주는 충격을 흡수할 안전장치를 샌드백처럼 먼저 마련한 뒤 혁신을 시험해야 한다.

코인은 해킹, 오작동 및 제어 실패 같은 전산 오류가 발생하면 곧바로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담보형=안전이라는 공식은 순진무구한 착각에 해당한다. 담보를 은행에 예치하는 구조 역시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코인이 담보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지 않은 사례는 선진국에서도 적지 않다. 실물 담보를 표방했어도 시스템 하부 구조 붕괴나 블록체인 기술 오류로 인해 환급에 실패하거나 담보보장 궤도이탈 현상이 발생한 선진국 사례가 이미 다수 존재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코인은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니라 전산 구조와 금융 거버넌스가 맞물린 종합 공학으로 봐야 한다. 국제사회 말썽의 주인공인 테라 (미화 기반 담보형 코인) 역시 구조적 결함 및 금융권 제도적 미비로 인해 붕괴된 사례로 꼽는다. 테라는 2022년 그 가치가 1달러에서 2센트로 하락해 불과 며칠 사이 무려 50조원 자산 손실을 유발함으로써 전 세계 코인 시장 불신 조장에 크게 일조했다. 그로 인해 권도형 테라 대표는 징역 100년 형 이야기도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중대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보면 한국이 코인 제도화를 추진할 경우 단순히 민간 혁신을 장려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에 앞서 무엇보다 제도적 안정성과 기술적 구조를 기반으로 한 규제 체계를 미국 영국 싱가포르 일본처럼 필수 전제 조건으로 도입해야 한다. AI와 코인 모두 단기 성과나 선거용 수사로 접근해서는 안 되므로 이번 대선에선 그런 공약이 모두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며 그 대신 구조적 제도 설계를 통한 장단기 전략으로 전환돼야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대장동 이권탈취 사태’, ‘제2의 테라 사기행각 사태’가 눈앞에 다가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AI나 코인은 기술과 금융이 맞물린 복합 구조인 점에서 정부는 투자자가 아니라 설계자의 역할을 자처해야 합리적이다. 민간 기술 실험의 영역이 아니라 공공 통화 인프라의 일부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사후 대비가 아닌 사전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차 강조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AI에만 신경쓰다간 탈난다. 소프트웨어서는 AI가 다가 아니다. AI란 소프트웨어 시장의 불과 4분의 1~3분의 1 몫을 차지하는 정도에 그친다. 즉 소프트웨어에서 AI보다 중요한 것도 많다. 소프트웨어는 두뇌산업이자 무관세 산업이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반도체 같은 굴뚝산업형 관세 산업과는 체질이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21세기 주역 산업이 되어야 한다. 미국 영국이 그 길로 간 지 이미 오래됐다. 60~70년 족히 됐다. 이젠 중국이 10년 전부터 그 길로 들어섰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그만큼 치밀하고 섬세하게 소프트웨어에 대해 접근해야 된다는 뜻이자 경고다.




문송천 필자 이력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미국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 전산학 박사 ▷유럽IT학회 아시아 대표이사 ▷대한적십자사 친선홍보대사 ▷카이스트·케임브리지대·에든버러대 전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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