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권 교체 가능성을 정면으로 언급했다. 이란에 대한 핵시설 공습 하루 만으로, 핵 협상 거부 시 정권 교체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이에 이란이 즉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복을 예고해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고 적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핵시설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혀 온 것을 감안하면, 이란 정권을 향해 핵을 포기하고 외교 협상에 나서라는 압박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서도 이어졌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ABC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똑똑한 길을 선택하기를 바란다”며 “만약 이란이 우리 장병들을 공격하거나 핵무기를 만들려고 계속 시도하기로 한다면 우리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국방부 브리핑에서 “이번 임무는 정권 교체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에 대해 어떠한 보복을 한다면 훨씬 더 강력한 무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 공군은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로 꼽히는 포르도 핵시설에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등 이란 내 3개 핵시설을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성 이미지상에 보이는 것처럼 이란 내 모든 핵시설에 기념비적인 손상이 가해졌다”며 “가장 큰 피해는 지면에서 한참 아래에서 발생했고, 표적 정중앙에 맞았다”고 평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격에서 이란 포르도 지하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환기구를 통해 폭탄을 떨어뜨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핵시설 폭격과 외교 복귀 요구에 이란은 최고지도자가 직접 미국에 대한 보복 의사를 천명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온주의 적(이스라엘)들은 큰 실수와 범죄를 저질렀다”며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을 공격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보복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 규탄 집회에 참석해 양국의 핵 시설 공격에도 저항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NYT는 이라크·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친(親)이란 민병대가 미군기지 공격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이날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하루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지나는 곳이다. 이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 폭등과 함께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극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협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지만 이란이 보복 조치로 전면 봉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의 비필수 인력과 가족에게 레바논을 떠나라고 지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에 체류하는 미국인들에게도 주의 수준을 높이라는 경고가 발령됐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란과 연관된 해커 집단이나 친이란 성향 조직이 미국의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수행하거나, 이란 정부가 미국 내 관료나 특정 인물들을 목표로 테러를 계획할 수 있다며 테러 경고를 발령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