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첫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동영 후보자가 "우발적 충돌을 막고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경색된 남북 관계를 화해 분위기로 이끌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후보자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난 3년 동안 꽉 막혔을 뿐만 아니라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다다랐던 적대와 대결 상황을 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년 만에 통일부 장관으로 다시 지명된 정 후보자는 남북 관계 '베테랑'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수장을 맡았던 그는 2004∼2005년 재임 당시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했다. 또 북한에 특사 자격으로 방문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 면담을 한 경험도 있다.
정 후보자는 이날 "20년 만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며 "갈등을 풀어야 적대와 대결을 넘어설 수 있고 다시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재진입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해야 할 일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다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후보로 지명된 소감을 전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출범 후 대북 전단 살포 단체에 중지를 촉구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상황을 언급하며 "남북 간 6년 동안 완전히 단절된 연락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그다음 순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북 전단과 관련해 "공교롭게도 오늘 오전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와 통화를 했다"며 "(최 대표에게) 전단 살포를 재검토한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에 그런 결단을 한 데 높이 평가한다. 남북 관계 안정과 평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쨌든 대북 전단이 남북이 적대와 대결로 들어가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한 건 사실"이라며 "대단히 도발적이고 적대적인 행위기 때문에 재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북한의 호응을 끌어낼 복안을 두고는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건 없다"며 "새 정부와 함께 새로운 남북 관계 정립을 모색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앞서 이번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특사'를 요청했던 그가 직접 접촉에 나서는 방안 등에 대해선 "청문회 끝나고 인준되면 차근차근 그림을 그려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 후보자는 북·미 정상 대화 관련 통일부의 역할을 묻는 기자의 말에 "개인의 입장이지만 북·미 회담을 지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1기 당시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 등에서 성사됐던 북·미 정상 간 만남을 거론하며 "그 연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이뤄질 것이고,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납북자 송환 등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와 협력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일본도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물밑 대화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간에는 대북 문제를 포함해 협력해야 할 분야와 의제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더욱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선 "일본 역할이 중요하듯이 중국 역할도 막중하다"며 "북핵 문제 해결 관련해서 6자 회담 당시에 중국이 의장국으로서 중재 역할을 굉장히 집중적으로, 성공적으로 했다. 앞으로도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크게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통일부 명칭 변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우리 민족의 지상 과제가 현재로선 평화 체제"라며 "그 바탕 위에서 통일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축소된 통일부 기능과 역량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남북 관계 개선과 복원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천명한 바가 있다. 다시 통일부도 역할과 기능,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취임 후 조직 개편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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