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추리 소설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61)는 어린 시절 미스터리에 빠졌다. 유년 시절 당시 유행하던 ‘추리 퀴즈’란 책을 풀면서, 범행 현장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방법 등을 배웠다. 이러한 호기심은 '사회파 미스터리'란 수식어로 이어졌다. 장편소설을 집필할 때 그는 많게는 7상자 분량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조사했고, 소설 속에 댄서를 그리기 위해 직접 춤도 배웠다. 이러한 '집요함'은 독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면서도,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힘으로 이어졌다.
다카노 작가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신간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재미'를 말했다.
“작품을 집필할 때는 장편이든 단편이든 스토리가 재미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요. 한국과 일본에서 ‘사회파 미스터리’란 평가를 받지만, 스토리가 재미있냐 없느냐를 결정하고, 그 후 테마가 따라붙어요. 그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사회문제를 다루기도 하지만요.”
그는 자신이 읽고 싶은 장르를 쓴다. “남몰래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남몰래 죽은 사람을 다루는 게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게 신기해요. 독자들은 ‘나는 안전하다. 나는 이 스토리를 즐기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굳이 분석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전제되는 건 제가 읽고 싶은 장르를 쓴다는 거죠.”
신간은 단편집이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출간됐다. 한국 출판사 제의에 다카노 작가가 흔쾌히 단편집을 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출판사도 출간을 서둘렀다. ‘죽은 자에겐 입이 없다’는 일본 관용구를 비튼 작품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가 책의 제목이 됐다.

작가가 고등학교 때 쓴 작품 <제로>도 실렸다. “20년이란 시간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던 스토리죠. 제 머릿속에서는 시간 경과와 상관없이 이야기가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는 어느날 아이디어가 ‘번뜩’하고 나타나면 A4용지 4분의 1 크기 정도의 수첩에 적어둔다. 20대 때부터 쓴 아이디어 수첩만 4권에 달한다. “평소 아이디어를 적는 수첩이 있어요. 수첩 한 권이 다 차는 데 10년이 걸리죠. 재미없는 아이디어는 버려요. 일본에서는 아이디어가 없을 때는 일도 안 받죠. 재미가 있는지,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는지 등을 기준으로 아이디어를 채택해요.”
그는 “집필할 때는 캐릭터가 경험한 것으로, 캐릭터가 오감으로 느낀 세계를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독자도 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일반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부터 사이코패스라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선으로 가해자의 심리를 묘사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도 자신의 작품을 읽을 때 서늘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발소리>의 경우 쓰고 나서 십년 정도 지나서 우연히 다시 읽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비상적인 이야기를 썼을까’ 생각했죠. 굉장히 정상적이지 않은 아이디어를 다 넣었구나 이런 느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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