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한동훈, 당권 도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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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송언석 의원이 선출됐다. 송언석 의원은 원만한 대인 관계로 정평이 나 있을 뿐 아니라, 경제 관료 출신으로서 데이터와 수치에 밝은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 역량을 고려할 때, 송언석 의원은 충분히 국민의힘의 원내대표를 맡을 자격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출에 대해 많은 이들이 비판하는 이유는, 그 자신은 '친윤'이 아닐 수 있지만 '친윤'의 지지를 받고 국민의힘 원내 대표에 선출됐다는 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결선 투표가 없었다는 사실이, 그가 의원들의 50% 이상의 지지를 받았음을 의미하므로, 친윤 이외의 의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친윤이 국민의힘 전체 의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숫자상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주류로서의 친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는 가능하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친윤은 이미 '폐족'이 돼야 마땅한 존재라고 많은 유권자들이 생각하는데, 이들이 계속 주류라는 인상을 주는 이상, 많은 유권자들의 뇌리 속에는 '국민의힘=윤석열 당'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친윤이 아니라 친영(친영남)이라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친윤의 인적 구성을 볼 때, 상당수가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기 때문에 '거기서 거기'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의 지역구도 영남이다. 지역구가 영남인 의원들의 시각은, 지역구가 수도권인 의원들의 시각과는 상당히 다르다. 지역구 의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지역 분위기를 전체 여론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정당에서 특정 지역의 의원들이 득세할 경우, 일반적인 여론과 유리된 주장이 당의 입장으로 포장될 가능성은 커진다. 더구나 그 지역이 특정 정당 지지세가 유독 강하다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영남권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이른바 중·수·청(중도 수도권 청년)의 여론은 무시되거나 소수의 목소리로 치부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수·청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모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중·수·청과 유리된 상황은,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이른바 5대 개혁안이 당내에서 거부되는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개혁안은 중·수·청의 지지를 받기 위한 최소 수준의 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마저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신임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개혁안을 앞으로 구성할 혁신위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수·청의 입장에서 볼 때 최소 수준의 '상식'인 개혁안이, 국민의힘에서는 '혁신'으로 포장되는 상황을 보면, 과연 국민의힘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수 언론에서조차 "이런 식으로 나가면 5세기에서 6세기에 존재했던 신라 영토 정도만을 다스리는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부분이 한동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다. 한동훈 전 대표에게 여론의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지금의 국민의힘은 ‘보수의 희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엄령을 '계몽령'이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이 있는 곳, 탄핵 반대 당론 철회가 거의 불가능하게 보이는 곳, 보수를 궤멸시킨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보수의 희망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먼저 계엄령의 불법성을 국민들에게 알렸고, 계엄 해제에 가장 앞장섰으며, 탄핵 찬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동훈 전 대표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친한계라고 불리는 정치인들은 한동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한계 핵심 인사인 신지호 전 당 사무부총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이라는 존재는 보수 재건의 최강병기인 동시에 최종병기, 마지막 보루"라며 "소중한 만큼 아껴 써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이 이런 주장을 펴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들 친한계 정치인들은 한동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해 만일 실패하게 되면, 본인과 국민의힘에게 더욱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동훈 전 대표가 출마해 당 대표에 당선되는 경우일 수 있다. 만일 한 전 대표가 당선되면 자신 주도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황당한 주장을 하며 윤 전 대통령 관저에 몰려가 절하고 마이크를 잡으며 '윤 어게인'을 외쳤던 이들을 국민의힘 전면에서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한동훈 전 대표는 현재 국민의힘 정치인들 중에서 중·수·청에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정치인이건만,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주류들이 보여줬던 태도로 미루어 보면, 아마도 다시금 한 전 대표를 흔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어 중·수·청에 어필할 수 있는 개혁이 실패할 경우, 지방선거는 완전히 물 건너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류의 피해자인 한 전 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마저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런 예상이 가능하다 보니 친한계 정치인들은 한동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는 것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보기 힘든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가만히 있다가 내년 보궐선거에 출마해 일단 의원 배지를 단 이후에 정치적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친윤들이 당권을 다시 잡을 경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동훈 전 대표는 본인이 출마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친윤들이 당권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 전 대표 개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윤석열’이라는 보수를 망가뜨린 인물과 국민의힘의 연관관계를 하루빨리 깨뜨려 그 연상작용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보수가 살아 있어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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