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게임 창업자들이 상암으로 향하는 이유

GESGame Esports Seoul 현장 모습 사진서울경제진흥원
GES(Game Esports Seoul) 현장 모습. [사진=서울경제진흥원]


다크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청년 스타트업 ‘길드스튜디오’의 시작은 남달랐다. 지난 2022년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웠던 시기 서울대·부산대 등 전국 10여 개 대학의 학생들이 비대면으로 모인 연합 게임동아리 ‘겜팟(GAMPOT)’이 그 출발이었다.

프로젝트 하나를 완성해 게임 행사에 참가하기까지, 이들은 필요한 비용을 모두 사비로 충당했다. 이를 위해 철야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무실 임대료가 부담된 이들에게 주요 작업실은 카페였다. 김태윤(25) 길드스튜디오 대표는 “카페에서 작업할 때는 큰 태블릿을 들고 다니며 눈치도 봐야 했고,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대학 연합 동아리에서 버젓한 게임 제작사로

이들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건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운영하는 ‘서울게임콘텐츠센터’에 입주하면서다.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센터는 서울소재 게임·e스포츠 기업 등이 최대 3년간 관리비만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아울러 길드스튜디오는 입주와 함께 3000만원의 인건비 지원 대상에 선정돼 개발비 부담을 덜게 됐다. 김 대표는 “센터에 입주하지 않았으면 끔찍했을 것”며 “게임 하나를 개발하려면 최소 2~3년이 걸리는데 정신,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입주 기업 간 네트워킹 효과도 컸다. 김 대표는 “센터에 있는 선배 개발사들로부터 게임 피드벡이나 시장 정보까지 세세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드스튜디오는 이곳에서 ‘레벨라티오’라는 첫 게임을 완성했고 현재는 차기작 ‘남모’를 개발 중이다.

지난 2018년 서울게임콘텐츠 센터에 입주한 ‘빅픽처인터렉티브’의 송광준(35) 대표는 서울게임콘텐츠센터 사업 기반을 다진 뒤 2019년 독립했다. 게임 대회 정보를 모아 놓은 플랫폼 ‘레벨업지지’를 개발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하던 시기였다.

송 대표는 센터 입주 기간을 회상하며 “집을 공짜로 받은 거나 다름이 없었고 그밖에 센터에서 멘토링과 지원 프로그램, 무료 장비 대여, 콘텐츠 스튜디오 이용, 투자, 창업 정보 등 지원받았다”며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해줬다”고 했다.

독립 후 빅픽처인터렉티브는 플랫폼 사업 이외에 e스포츠 대회사업, 대규모 피시방 사업 등 영역을 넓히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2018년 입주 당시 11명이던 직원 수는 최근 자회사 포함 110명 이상으로 늘었고 매출은 15억원에서 300억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서울게임콘텐츠센터 네트워킹 현장 모습 사진서울경제진흥원
서울게임콘텐츠센터 네트워킹 현장 모습. [사진=서울경제진흥원]
규모 커지는 게임 시장…"서울, e스포츠 육성 적기"

이처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임·e스포츠 산업에 청년 창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시장은 지난해 2823억 달러(약 391조원)에서 2027년 3631억 달러(약 50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e스포츠는 지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기존 스포츠 산업과 견줄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전문가들도 역시 게임·e스포츠 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 스포츠산업 현황과 발전방향’ 보고서는 서울이 메가스포츠 유치, 스포츠대회 브랜드화를 통해 도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고 제언하며 그 방안 중 하나로 e스포츠 육성을 강조했다.

특히 서울은 젊은 인구 비중과 IT 산업 중심의 기술 인프라가 밀집돼 있어 e-스포츠 산업 성장에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e스포츠 대회와 포럼 개최 등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청년 창업자들도 이러한 흐름에 공감하고 있다. 송 대표는 “부산은 게임행사인 지스타(G-STAR)를 통해 인큐베이팅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경기도도 플레이엑스포에서 인디게임을 홍보한다”며 “서울시도 GES(Game Esports Seoul)를 개최하고 있지만 서울의 인프라에 걸맞은 대회 규모와 전문성이 더해진다면 게임 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의 게임 관련 예산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서울경제진흥원의 게임 관련 예산은 약 34억 원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600억원), 경기콘텐츠진흥원(117억 5000만원), 부산정보문화산업진흥원(86억원)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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