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연립·다세대주택(빌라)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내 집 마련' 수요가 아파트 시장으로 몰리며 아파트값이 치솟자 빌라 시장으로 수요자들이 발길을 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만큼 빌라 시장으로의 수요 이동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값뿐 아니라 빌라 매매가격 자체가 빠르게 오르면 전셋값 등 임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주거 안정 측면에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3209건으로, 전년 동월(2897건) 대비 10.7% 증가했다. 서울 빌라 거래량은 올 1월 1827건, 2월 2299건에서 3월 3024건으로 3000건대를 넘어선 뒤 3개월 연속 3000건대 거래량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빌라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도 143.2로, 전월 143.6 대비 소폭 줄었으나 2월부터 3개월 연속 140대를 기록하고 있다. 실거래가지수는 시세 중심의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실제 거래된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점인 100 이상일 경우 ‘상승’을, 100 이하일 경우엔 ‘하락’을 의미한다.
빌라의 이 같은 상승세는 올 들어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빌라로 대체수요가 옮겨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등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낀 내 집 마련 수요자와 투자자에게 인기 지역 빌라들이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B부동산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3억4912만원으로 2022년 10월(3억6882만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3억3903만원→2월 3억3968만원→4월 3억4598만원 등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거래가격이 오르며 연립주택 매매중위가격도 지난달 2억9000만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9월(2억8000만원) 이후 8개월 만에 올랐다.
매매뿐 아니라 수요가 몰리며 빌라 전월세 가격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원의 서울 빌라 전월세통합지수는 100.21로 전월 대비 0.16포인트 오르며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직방 조사 결과에서도 5월 기준 서울의 전용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는 72만원, 평균 전세보증금은 2억1841만원을 기록했다. 월세와 전세 모두 한 달 전보다 6%(4만원), 2.8%(587만원) 올랐다. 월세의 경우 올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문제는 지난 2~3년간 건설경기 침체 및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공급이 위축되면서 가격 상승 압박 요인이 커 주거 안정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적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1만3426가구로 전년 동기(1만5313가구) 대비 12.3% 줄었고, 착공 물량은 1만3075가구로 전년 동기(1만4646가구) 대비 10.7%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은 현실화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입주 물량은 올해 14만 가구에서 내년 10만 가구로, 서울 입주 물량은 같은 기간 약 4만6700가구에서 약 2만4400가구로 줄어든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건설업계 침체로 비아파트를 주로 공급하는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급 부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서울의 경우 당분간 아파트와 더불어 비아파트 또한 가격이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파트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빌라와 같은 비아파트 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전셋값 폭등과 같은 임대 시장 불안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 규제 완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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