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게 번진 물감 한 자락이 깊은 바다가 되고, 두껍게 칠해진 초록색은 테니스 코트나 골프장으로 보인다.
그 위를 가로지르는 작은 사람들은 우리의 시선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끈다.
그에게 세상은 그저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언제든 예술이 될 수 있는 무한한 캔버스다.

“작은 순간이 큰 상상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오늘의 예술 세계를 만든 경험이 있다면 뭔가
- 사실 모든 경험이 예술적 시각을 만들어준다. 예술가는 관찰력이 뛰어나다. 여름 하늘의 색, 물잔 위의 빛, 가을 공기의 냄새… 남들에게는 사소해 보여도, 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자 작품에 영향을 줍니다.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나
- 매일이 모험이었다. 배울 게 있고, 탐험할 게 있고, 만날 사람이 있었다. 친구들과 가족, 주변 모두가 저를 챙겨주셨고, 부모님은 남아프리카 안팎의 멋진 도시와 마을로 데려가주셨다. 풍부한 기억이 많다.
반복되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 두 아이(플로렌스 2살, 로키 1살)와 함께 자주 여행하다 보니, 매일이 완전히 다르다. 물론 집에 오래 있을 때는 9시부터 5시까지는 작업과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개인적인 활동을 한다. 가끔 잠도 잔다. 하지만 제 작품처럼, 하루하루가 모두 다르고, 그게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어떤 날은 더 좋고, 어떤 날은 덜하지만, 매일 아침이 기대된다.


배경색이 단색인 작품이 많은데, 이유가 있나. 색 조합 팁이 있다면 뭔가
- 저는 단색 계열을 고수한다. 각 컬렉션마다 다른 색 팔레트를 정하고, 4리터짜리 통에 색을 미리 섞어둔다. 같은 색의 다양한 톤을 캔버스에 펴 바르고, 그 구도는 노트에 미리 스케치한다. 색이 결정되면, 그 색을 배경으로 어떤 풍경과 피규어가 가장 어울릴지 떠오르게 된다.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무엇인가
- 강한 구도와 두껍고 곡선적인 붓질, 그리고 매력적인 색감이다. 여기에 인물이 이 추상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작품을 보고 스스로 자부심이 느껴지면, 그건 잘 만든 거다.
예술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습관이 있나. 작업의 습관이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나
- 습관은 정말 중요하다. 저는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을 좋아하는데, 많은 분들이 ‘결벽’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하하). 언제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핸드폰이나 노트에 메모하고, 둘 중 하나는 항상 갖고 다닌다.
또한 갤러리, 아트쇼 방문, 예술 서적 읽기를 즐긴다. 다른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항상 큰 영감을 준다. 예술계 안에 깊이 머무는 것이 창의성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협업도 많이 하셨는데, 보통 어떤 요청을 받고, 어떤 기준으로 협업을 수락하나
- 협업을 할 때는,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브랜드여야 한다. 정말 까다롭다. 어릴 때 삼촌이 포르쉐를 많이 타셔서, 그때부터 포르쉐를 좋아하게 됐다. 포르쉐 호주지사가 2024년 호주 그랑프리 포르쉐 파빌리온 작품을 의뢰했을 때, 당연히 수락했다. 지금도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브랜드의 제품, 미션, 명성까지 진심으로 좋아해야만 협업할 생각이다.



예술을 통해 어떤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 그리고 워너브롱크호스트는 어떤 예술가, 아버지, 사람인가
- 정말 멋진 질문이다. 제가 뭘 찾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있다. 이 미니어처 인물들과 추상적이지만 익숙한 세계를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고 소중한
기억이 떠오른다는 거다.
진정으로 원하는 예술을 가장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때는 언제인가
- 항상이다. 예술가로서 저는 다른 많은 사람들보다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 좋게도 제 작품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어서, 정말 하고 싶은 그림만 그릴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예술을 하고 싶나. 꿈이 있다면 뭔가
- 저에게 좋은 느낌이 드는, 옳다고 느끼는 예술을 하고 싶다. 이런 느낌은 계속 변하고, 꿈도 계속 변한다. 탐험하고, 실험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걸 좋아하지만, 결국엔 제가 자랑스럽고, 멋지고, 신선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 꽃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거나, 가구를 다시 만드는 것도 해보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캔버스로 삼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해라. 그려라. 그리고 또 그려라. 그냥 해라. 이상하게 느껴지고, 뭔가 잘못된 것 같아도, 아마 그게 가장 옳은 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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