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고 작가는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카메라를 접하면서 처음 사진을 찍었지만,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잠시 멈췄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그는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요시고에게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여행과 탐험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다. “사진이 아니었다면 여행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힘이 없었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사진이 곧 존재와 삶의 방식을 정의한다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멈춰진 순간’의 고요함은 바로 요시고만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그는 시대를 초월하는 사진을 추구하며, 고요하고 행복한 세상을 사진 속에 담으려 한다. 작품 속 여름 풍경이나 특정 도시의 풍경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관객이 그 장소와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특히 빛과 온도감을 중요시하며, 따뜻하고 포근한 빛을 통해 관객이 편안함과 휴식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감성은 청춘뿐 아니라 노년까지 확장되며, 삶의 자연스러운 순간과 가식 없는 모습을 포착하려는 그의 관심을 보여준다.
요시고는 카메라와 애증의 관계를 갖고 있다.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내려놓고 사색과 관찰의 시간을 가진다. 카메라를 두고 다니는 동안 중요한 순간을 놓치면 휴대폰으로 찍지 않고 오히려 눈으로 기억하며 환상을 그리기도 한다. 이렇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방식은 단순한 사진 촬영을 넘어, 순간을 경험하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로 이어진다.
그가 주로 촬영하는 공간은 도시와 자연의 경계다. 자연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면 도시에, 도시에 지치면 자연으로 향한다. 특히 스페인 콘차 해변은 매년 한정된 시간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작품 속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한국 또한 요시고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첫 내한 일정이 코로나로 취소되었을 때 아쉬움이 컸고, 이후 방문한 부산은 두 번째 집처럼 정이 가는 곳이 되었다. 그는 스페인에서 한국 뉴스를 접할 때 스스로 한국의 외교관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하며, 이곳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사진은 감성적인 색감으로 유명하지만, 보정보다 촬영 과정에서 빛과 색감을 얼마나 잘 포착했는지를 중요시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모두 활용하며, 각 매체가 가진 언어적 특성을 조화롭게 결합한다. 한 장의 사진을 고르기 위해 100~300장까지 촬영하며, 눈에 들어오는 순간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이상하게 찍힌 사진도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요시고는 일상 속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한다. 집 안에서 머그잔에 비친 빛, 평범한 풍경조차 특별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그의 사진 철학이다. 자신이 축복받은 사진가라고 느끼는 순간은 열정에서 비롯된다. 열정이 바로 행복의 원천이며, 이를 잃지 않는 것이 그의 목표다. 요즘 그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 필름카메라로 새로운 순간을 포착할 계획이다. 과거의 루트 66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기대 없이, 순수한 시선으로 경험할 예정이다. 그는 “멀리 가지 않아도 새로운 길을 보는 시선 자체가 여행”이라며, 여행이 태도임을 강조한다.
요시고 작가의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삶과 순간을 깊이 경험하고 공유하는 기록이며, 관객에게 쉼과 위로를 전달하는 매개체다. 그의 시선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찰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빛과 색, 공간과 시간, 그리고 관객과의 교감을 통해 사진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요시고에게 사진은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경험하며, 나아가 스스로와 관객을 잇는 아름다운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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