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후폭풍] 대출규제에 혼란 커진 메이플자이 "현금부자 세입자 없나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입구에 달린 입주 환영 플래카드 사진이용우 기자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입구에 입주 환영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이용우 기자]

"6·27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잔금 마련을 하려던 일반 분양자들이 날벼락을 맞았죠. 전세 보증금을 낮춰줄 테니 전액 현금으로 들어올 세입자를 구해 달라는 요청도 있어요.”(서울 서초구 잠원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부가 6월 27일 대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서울 강남권 입주 단지를 중심으로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규제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임차인이 받는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분양 잔금을 납부하려던 수분양자들의 자금 계획에 비상이 걸리면서다.  

8일 오전 찾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지난달 30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총 3307가구 규모의 메이플자이가 입주와 동시에 고강도 대출 규제에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로 인해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긴 수분양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메이플자이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43~59㎡ 162가구며 전용 59㎡(25평) 분양가가 약 17억원(평당 분양가 6705만원)에 달했다. 후분양 단지여서 계약금(분양가의 20%) 이후 1년 남짓한 기간에 중도금과 잔금을 치러야 하는 등 자금 조달 일정이 상대적으로 빠듯했다. 전세를 놓아 보증금으로 잔금 등을 충당하려던 임대인으로서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예상치 않은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려면 전세대출을 받지 않는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데 59㎡ 전세 가격이 13억~15억원 수준이어서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메이플자이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전세를 놓으려던 임대인들은 보증금을 1억~2억원 낮추거나 아예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해 잔금을 충당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대출 정책 변화에 조급함이 커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대출 규제 여파는 인근 전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이플자이 한 조합원은 "스트레스DSR 3단계 적용 등으로 조합원도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 일부는 입주를 포기하고 전세로 돌려 분담금을 마련하는 조합원도 있다고 한다”며 “수분양자들은 전세 가격을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모셔야 하는 처지여서 주변에서 메이플자이로 인해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메이플자이 전용 84㎡ 전세가격은 6월 초만 해도 15억~16억원대를 형성했지만 대단지 입주장 효과가 본격화되고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최근에는 12억원 초중반까지 내려간 매물도 확인됐다. 

일각에선 메이플자이 이후로도 향후 입주가 예정된 ‘강남 3구’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서초구 래미안원페를라(11월), 강남구 청담르엘(11월),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12월) 등도 입주가 예정돼 있다. 동일한 대출 규제가 유지된다면 이들 단지에서도 조건부 전세대출이 원천 봉쇄된다. 

전문가들은 갭투자 억제라는 정책 명분은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검토해서 수정해 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수요 억제만이 아니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까지 억제하는 모습도 나타난다”며 "부작용이나 불합리한 부분은 제거해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플자이로 주민들이 입주하는 모습 사진이용우 기자
메이플자이로 주민들이 입주하는 모습. [사진=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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