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코스피 상승을 두고 ‘버블’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미·중 갈등, 끝나지 않은 전쟁들, 유예 상태인 대미(對美) 관세 이슈 등이 잠재적인 리스크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조정을 겪기 전인데 지금 들어가도 되는지’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일부라도 시장에 참여해 놓으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유동성의 힘은 언제나 무섭다. 신(新)정부는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중에 풀릴 자금은 결국 소비, 부동산, 금융시장 등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데 현재 물가 우려와 자산가치 보존 심리가 맞물려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들어갈 조짐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 시기에 우리는 유동성이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증시를 밀어 올렸는지 익히 경험한 바가 있고 현재 시장이 급등하는 것은 그런 과거의 경험에서 학습됐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기업가치와 정책 변화의 조합이다. 주식의 본질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기업이익이 늘어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자본 대비 수익률을 높인다면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신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앞세우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 분리과세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기업의 자본을 줄이고 주주 환원을 늘려 주식시장의 부흥을 유도하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정부가 국회 다수당으로서 빠른 정책 실천이 가능한 정치적 동력을 확보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 정책을 실현할 가능성은 분명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할 때 지금 주가 상승을 단순한 버블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구조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이 모두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라도 시장에 참여해 있어야 한다’는 대답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PB로서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장면은 조정 전에 현금으로 보유하다가 ‘가장 쌀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조정을 기다리느라 시장을 완전히 떠나 있으면 막상 조정이 와도 더 빠질까 두려워서 결국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으로 미참여자는 언제나 조심스럽고, 그 조심스러움은 결국 기회를 놓치게 한다.
조정을 기다리는 전략은 절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완전한 현금 대기’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정책과 유동성이라고 하는 명확한 상승 동력이 있는 상황에서는 일부라도 시장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조정을 맞이해야만 ‘행동하는 투자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할매수 전략은 단순한 평균 단가 조정이 아니라 심리적 참여를 유지하면서 대응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피터 린치는 말했다. “시장을 예측하다 잃는 돈이 실제 조정에서 잃는 돈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인덱스 투자 철학의 창시자인 존 보글 역시 강조했다. “절대 시장을 떠나지 마라.”
이 두 명언은 모두 시장에 완전히 등 돌리지 말고, 참여를 유지하라는 같은 본질을 가르친다. 지금 상황이 버블로 보이고 조정이 두려울지라도 조정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일부 참여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기회를 잡는 건 결국 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우리는 다시금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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