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경전철 사업으로 막대한 재정 손실을 초래한 책임을 두고 제기된 주민소송에서,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다만 연구원 개인의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6일 '용인경전철 주민소송단'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재상고심에서, 전임 이정문 용인시장과 수요예측 용역을 맡은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인용한 원심을 확정했다. 반면, 연구원 개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에 대해서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파기환송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담당 연구원들이 용인시에 총 214억6천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용인시가 사업시행자에게 실제 지급한 4천293억원의 손해액 중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 책임액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이 수요예측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고 사업자에 유리한 조건으로 실시협약을 체결한 점, 저수익 발생 시 수입 보장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두지 않은 점, 의회 의결 등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에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교통연구원에 대해서도 "과도한 수요예측으로 시에 손해를 입힌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연구원 개인의 법적 책임에 대해 "한국교통연구원의 이행보조자에 불과한 연구원들에게까지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개별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 행위에 해당해야 한다"며 "원심은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한 지자체의 재정 손실에 대해 주민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한 첫 사례로, 주민소송 제도의 실효성과 법적 범위를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주민소송이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이나 재산 관리 등에 위법 행위가 있었을 경우, 해당 지자체 주민이 법원에 시정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지자체장은 확정판결일로부터 60일 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또 다른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2004년 체결된 실시협약 이후 2010년 완공됐으며, 당초 교통연구원이 예측한 수요와는 달리 저조한 이용률로 인해 운영적자가 지속됐다. 용인시는 결국 국제중재까지 간 끝에 사업시행자에게 총 8천5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해야 했고, 별도로 운영비와 인건비 295억원도 부담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2013년 제기된 주민소송에 대해 1·2심에서 각하·기각된 뒤, 2020년 대법원이 주민소송의 요건 해석을 완화하면서 파기환송한 사건의 최종 판단이다. 대법원은 당시 “주민소송은 감사청구와 관련이 있기만 하면 족하다”며 기존 하급심 판단을 뒤집은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로 용인시는 관련자들을 상대로 정식 손해배상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됐으며, 연구원 개인에 대한 책임은 향후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