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쓰나미] "관세비만 수조원"… 딜레마 빠진 현대차

  • 상반기 美판매 90만대… 점유율 0.5%p 상승

  • 30조원 '현금 곳간' 바탕 관세압박 버티기 돌입

  • 2분기 영업이익 급감… 하반기 원가압박 가중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DB

우리나라 핵심 수출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가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 자동차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관세 부담을 짊어지면서 미국 내 점유율은 끌어올렸지만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고전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원가 압박까지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하반기 전략 마련에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 6월 자동차 수출량은 10만2698대로 전월 대비 6.1% 증가했다. 미국 관세 여파에도 전년 동월 대비 1% 감소에 그치며 영향을 최소화했다. 기아도 올해 상반기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53만3546대에 달하며 순항했다.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미국에서만 약 89만4000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11%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차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한 뒤에도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강수를 두면서 점유율 확대에 주력한 것이다. 독일 3사와 도요타 등 경쟁사들이 5% 안팎 가격을 인상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이 없는 상태며 30조원 이상 쌓은 현금 체력으로 버틴다는 전략이다. DB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미국 내 현대차그룹 판매 가격 인상은 최대한 늦게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높은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확장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올해 '관세 비용'으로 수조 원을 치를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미국 내 현대차 판매 목표 100만대 중 28% 물량에 대해 2조6000억원 이상 관세 비용 증가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손익 감소 영향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은 현대차의 관세 관련 비용이 연간 3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의 관세 부담은 당장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됐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6조5177억원, 3조5331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7.4%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도 17.6% 줄어들 전망이다.

트럼프가 자동차, 철강에 이어 구리까지 관세 영역을 넓히면서 현대차의 원가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관세율은 50%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리 관세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발효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 공장을 둔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 비용은 관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고, 미국 외 지역의 생산 비용도 구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 생산기지의 추가 투자도 부담 요인이다. 현대차는 올해 준공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기존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향후 설비투자 부담이 증가하며 해외 생산을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부품 공급라인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도 상존한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현대차는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나 생산시설의 램프업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경쟁 회사들 대비 높은 관세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회사의 최근 3개년 평균 시설투자 규모는 약 6조원이지만 메타플랜트 증설과 울산 EV전용공장 등을 포함한 향후 3개년 시설투자 예정 규모는 7조원을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대미 투자와 글로벌 통상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달 말 열리는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통해 미국 내 판매 가격 조정 등을 포함한 관세 대응책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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