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산 사과가 러시아 슈퍼마켓 판매대에 오르고 북한 어선이 러시아 극동 해안에 몰려드는 등 양국의 경제협력이 심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서명이 이뤄진 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그 결과물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FT에 따르면 잼, 소시지, 맥주, 아코디언 등을 만드는 북한 업체들은 러시아 지식재산권 당국에 상표 등록을 하며 러시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1억 달러(1393억원) 규모의 다리를 짓고 있으며 모스크바와 평양을 잇는 1만㎞ 철도 노선도 재개통을 앞뒀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의 후원이 북한의 광업, 농업부문을 소생시키면서 '진짜로 변화를 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농촌 기반시설에 조금만 투자해도 북한인에게는 상당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과 포탄 등을 제공해 왔으며 그 대가로 김정은 정권이 현금과 현물, 기술 이전 등으로 수십억 달러(수십조원)를 벌어들이게 됐다고 추정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이를 "북한 노동자가 상당히 많은 러시아의 노동 수요를 어떻게 채울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인력을 확보할지 타진해 보는 시범 운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FT는 이같은 북·러 협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노력보다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드 연구원은 러시아 극동의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려 북한 노동자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이 평양으로선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까지 계속될 진정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로서 북한과 교역 증가 자체는 러시아에 별다른 경제적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이 수출하는 품목이 러시아에서 큰 관심을 둘 만한 것이 아니고, 중국과는 달리 러시아 기업에는 북한 사업을 운영할 노하우가 없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러 군사 파트너십으로 서방의 외교적 압박에 저항할 더 큰 능력이 갖춰지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워드 연구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포탄과 탄도미사일 보유고에 접근권을 가지면 우크라이나와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계속 유용할 것이고, 향후 협상들에서 러시아가 영향력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러시아 자금과 기술로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진전이 가속될 수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려면 첫 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