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조기 완판될 기미를 보이는 등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전기차 화재로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을 넘어 일부 포비아(공포증)로 치닫던 분위기가 올해 반전을 시작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소진율이 벌써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에 대한 1년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면서 관련 시장이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161개 지자체의 일반 대상 전기차 구매 보조금 소진율(자동차 대수 기준)은 73.4%로 집계됐다. 이들 지자체가 민간 물량으로 공고한 전체 11만5273대 가운데 현재까지 보조금 지급이 완료된 전기차는 8만4555대다. 남아있는 보조금 지급 잔여물량은 3만718대로 전체의 26.6%에 불과하다. 비슷한 시기 보조금 소진율이 50%를 밑돌던 지난해 분위기와 사뭇 대조된다. 연말까지 5개월이나 남아있는 점을 고려하면 보조금 조기 소진도 예상된다.
보조금 지원 규모가 가장 큰 서울(1만374대)은 보조금 소진율이 54%로 집계됐고, 부산(51.4%), 대구(93.3%), 인천(63.1%), 광주(79%), 대전(100%) 울산(89.3%) 등 6대 광역시 모두 높은 소진율을 보였다. 세종(37.3%), 제주(47.3%) 등은 상대적으로 저조했지만 수원(65.8%), 성남(68.3%), 광명(72.9%) 남양주시(72.9%) 등 경기권을 비롯해 강원 동해(76.7%), 충북 청주(66.9%), 전남 목포(83.5%), 경북 포항(66.8%), 경남 창원(97%)등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기차 보조금 소진이 임박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전기차가 거센 인기를 끈 배경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사양은 끌어올리고, 가격은 낮춘 중저가 전기차를 경쟁적으로 출시한 배경이 크다. 선봉장에 선 비야디(BYD)는 연초부터 '아토3'의 가격을 3150만원으로 끌어내려 보조금 수령시 2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한 전기차로 홍보해 판매 경쟁에 불을 지폈다. 볼보도 엔트리급 전기차 'EX30'의 국내 가격을 글로벌 평균 대비 2000만원 낮춘 4700만원대에 출시했고, 르노도 첫 전기 SUV '세닉'을 출시하면서 4000만원대로 가격을 낮췄다. 현대차도 최근 안전사양을 끌어올린 2026년형 캐스퍼를 2700만원대에 출시해 시장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기차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판매도 꾸준히 우상향 추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1~5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7만9000대로 전년동기대비 4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평균 성장률(33.6%)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대형 화재로 전기차 구매를 꺼렸던 소비 심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희석되고 있고, 다양한 브랜드에서 엔트리급 모델의 전기차가 적극 출시되면서 구매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충전소 설치를 꺼리던 아파트나 고속도로 휴게소, 대형마트 등에서도 최근 인프라 확대 분위기가 감지되는 만큼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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