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엑소더스] 불안한 금융당국 대신 민간 금융사로…이해상충 논란 가중

  • 금융당국 퇴직자 중 보험업계 재취업자 가장 많아

  • 가상자산 거래소로도…리스크·감사 등에 주로 배치

  • 취업심사는 '유명무실'…사실상 퇴직 전 자리 내정

서울 영등포구 소재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떠나 민간 금융사로 향하는 엘리트 공직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고위 공무원을 중심으로 로펌 고문이나 금융사 사외이사로 직을 옮겼다면 최근엔 가상자산 거래소, 보험사 등 업무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업권으로의 이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조직 불안정성이 한층 높아져 이 같은 '엑소더스'가 심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금융위·금감원에서 퇴직해 취업심사를 받은 공무원(87명) 중 보험업계로 재취업한 사례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한화생명·신한라이프 등 대형 보험사뿐 아니라 보험개발원·연수원과 같은 유관기관, 보험협회까지 다양하게 자리를 옮겼다. 새 회계제도(IFRS17)에 대응하기 위해 회계·리스크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상자산 업계로의 재취업도 두드러졌다. 2024년 한 해 동안 관련 업체로 이동한 금융당국 퇴직자는 5명이었는데, 2025년엔 상반기에만 4명이 합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 금감원 3급 직원 2명이 국내 거래소 빗썸의 전무로 이동했고, 6월에는 3·4급 직원 2명이 동시에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합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상자산 업계가 최근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감독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여부, 내부통제 시스템 적정성 등을 둘러싼 현장검사 강도가 높아지자, 주요 거래소들이 검사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 출신 인력을 전략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은 당국 근무 당시의 검사·감독 경험을 활용해 리스크 관리, 준법 감시, 감사 부서 등에 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해상충 문제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퇴직 공직자에 대해 일정 기간 관련 업종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심사가 단순히 일정 부서·업무에 한정된 연관성만을 따지다 보니, 실제로는 금융 전체에 대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가진 퇴직 공무원이 '관할 밖' 기업에 재취업하는 데 큰 장애가 되지 않고 있다. 

취업심사에서 제한 판정을 받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최근 18개월 동안 금융당국 출신 취업심사 대상자 중 절반이 넘는 50명이 퇴직과 거의 동시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8명은 1개월 내 새 직장을 구했고 2개월 내 재취업한 인원도 42명에 달한다. 사실상 퇴직 전 다음 자리를 내정해 둔 경우가 상당수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윤리 규정의 목적이 단지 법적 형식만 갖추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특히 금감원과 금융위는 금융정책 및 감독 권한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인 만큼 이들 기관의 퇴직자가 민간 금융사로 유입될 경우 정보 격차가 심해지고 정책이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성 활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선 재취업 심사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며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사후 관리 장치와 직무 연관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고도화할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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