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상호관세 발효일인 내달 1일(현지시간) 이전에 각국과 빠른 무역 합의를 도출하는 것보다 “질 높은 합의”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역시 내달 1일 이후에도 각국과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 시한에 있어 한결 유연한 입장으로 바뀐 모습이다.
베선트 장관은 2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8월 1일까지 합의하는 것보다 질 높은 합의를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며 “무역 합의의 질이지 합의의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협상에서 무리한 속도전을 펼치지 않으며 관세 부과 이후에도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으로, 미국에 한층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협상을 언급하며 “그들은 총 5차례 초안을 가져왔는데, 첫 제안이 매우 좋았지만 다시 (수정안을) 들고 왔다”며 “인도네시아의 제안은 점점 좋아졌고 결국 환상적인 합의를 했다”고 했다. 앞서 러트닉 장관도 전날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되더라도 그 이후에도 국가들은 우리와 협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상호관세 발효일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관세 유예 및 추가 협상 여부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여 왔던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뉴욕대 국제문제연구센터의 캐롤린 키세인 교수는 "트럼프의 패턴은 비슷하다. 극적인 발표와 철회, 그리고 다시 위협이다"라며 "하지만 이는 그의 신뢰성을 떨어뜨렸고, 마치 ‘양치기 소년’을 연상시킨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전술이 협상에서 자신에게 독특한 강점을 준다고 믿고 있지만, 동시에 위협의 효과도 약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90일간 임시 관세 휴전을 맺은 중국과도 곧 무역 회담을 재개할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과) 곧 회담이 있을 것”이라며 고위급 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우리는 또 ‘방 안의 코끼리’(껄끄러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을 지적했다.
아울러 유럽연합(EU)과의 협상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EU에 거대한 무역적자를 안고 있는데 관세의 수준은 그들(EU)에게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