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펀드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다졌다. 높은 수익률과 함께 다양한 테마를 선보이며 투자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년 기준 펀드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 9개가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화 PLUS K방산 ETF'(198.08%)를 비롯해 'TIGER K방산&우주 ETF'(162.82%), 'KODEX 친환경조선해운 ETF'(96.98%) 등은 방산·조선·철강 등 경기 민감 산업을 테마로 삼은 ETF들이다. 이는 올해 국내 증시에서 경기 회복 기대와 맞물려 가치주·실적주 중심의 흐름이 강화된 데 따른 결과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같은 기간 12.65% 수익률을 기록하며 9948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ETF는 해당 기간에 압도적인 관심을 받았다. 수익률 상위 30개 펀드 중 25개를 ETF가 차지했다.
ETF는 기본적으로 특정 지수를 추종하면서도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투자 편의성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지수 추종을 넘어 '테마형' '액티브형' '레버리지형' 등 다양한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테마형 ETF인 ‘TIGER 200 중공업 ETF’는 중공업 업종 비중 확대를 통해 1년 수익률 121.92%를 기록했다. 'HANARO 원자력 iSelect ETF'(91.44%) 등 원자력·클린에너지 ETF도 우상향 곡선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ETF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비용구조다. 보통 연 0.3~0.5% 수준인 총보수만으로 운용되며, 특정 조건에서는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가 되지 않는 세제 혜택도 있다. 또한 다양한 테마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분산투자 수단으로도 각광받는다. 또 다른 특징은 테마의 민감도와 반응 속도다. 시장 이슈가 발생하면 빠르게 신규 ETF가 출시되고 자금이 몰린다.
반면 일반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보수, 수수료 등 비용이 ETF보다 많이 발생할 수 있고, 매매 과정도 비교적 느리다. 현재 가격이 아닌 환매 시점 가격이 적용돼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올 하반기에는 AI 인프라, 로봇, 원자력 관련 ETF 출시가 줄을 이을 예정이다. 이른바 '미드사이클' 경기 회복 국면에 맞춘 테마들이며, 기존에 시장을 주도했던 업종(반도체·조선·방산)의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은 이제 단순 지수 추종을 넘어섰다"며 "테마 중심의 전략형 상품이 계속 확대되면서 시장의 탄력도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TF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지만 리스크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테마형 ETF는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만큼 변동성이 크고, 해당 업종의 주가 흐름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 있다.
또한 구조가 비교적 복잡한 일부 레버리지 ETF는 초보 투자자에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ETF 투자를 하려면 분산 원칙과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하고, 수익률만 추종해 매수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는 이제 펀드 시장의 대표 상품으로 볼 수 있다”며 “투자할 때에는 ETF의 테마와 전략을 이해하고,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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