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리포트] 경영난 인텔 파운드리 축소…TSMC·삼성 2나노 경쟁 본격화

  • 2나노 공정 대신 1.4나노 공정 집중

  • 2028년 이전 시장 진입 어려워

  • AI칩 핵심 2나노 두고 삼성·TSMC 경쟁

  • GAA 기술 적용 변수...삼성 도약 기대감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경영난에 시달리는 인텔이 대규모 인력 감축과 함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축소를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2나노(18A) 공정을 건너뛰고 1.4나노(14A) 조기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한다. 다만 2026년부터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는 빅테크의 2나노 수요에 대응할 수 없게 되는 만큼 1.4나노 공정이 본격 가동되는 2028년 이전까지 시장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선단공정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3개 업체 중 인텔이 경쟁에서 탈락한 만큼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력 생산라인이 될 2나노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24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올 2분기 인텔의 영업손실은 29억 달러(약 4조원)로 전년 동기 영업손실 16억1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한층 커졌다.

손실은 대부분 파운드리 부문에서 발생했다. 올 2분기에만 영업손실 31억7000만 달러(4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이에 인텔은 생존을 위해 독일과 폴란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인텔이 미국에 구축 중인 2나노 공정을 1.4나노 공정으로 전환할 것이란 예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선단공정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탄 CEO는 지난 3월 내부 메모를 통해 "더 이상 백지수표는 없다"며 "모든 투자는 경제적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오하이오주에 신규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은 2030년 이후로 가동 시기를 연기했고 1.4나노도 확정된 고객 주문을 기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TSMC·삼성전자와 달리 선단공정에서 자사 칩만 만들어 봤고 타사 반도체를 양산한 경험이 없다"며 "이런 경험 부족으로 인해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 보조금마저 삭감될 위기에 처하자 투자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1.4나노 공정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라며 "시장에선 인텔이 파운드리보다 AI 시대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전자와 TSMC는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2나노 공정 수율을 끌어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경쟁에서 빠진 인텔을 대신해 일본 정부와 기업이 연합해서 만든 파운드리 업체인 라피더스도 2027년부터 2나노 경쟁에 새로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캠퍼스와 미국 애리조나주 테일러에 2나노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 2나노에 집중하기 위해 2027년으로 계획했던 1.4나노 상용화 시점도 2029년으로 미뤘다. 미세전력 누수를 막기 위해 3나노에 처음 도입했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기술도 2나노에 적용할 방침이다. 3나노 공정은 기술 성숙도가 낮아 GAA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관련 경험을 쌓은 현재는 2나노 공정에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TSMC는 올 하반기부터 2나노 양산에 착수한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 하반기 2나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2나노 제품 가격이 3나노보다 높은 만큼 내년 상반기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2028년까지 2나노 공정 생산 능력을 웨이퍼(반도체 원판) 기준 월 20만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4만장, 내년 말 10만장 출하를 목표로 한다. 7나노 이하 미세공정 가운데 최대 생산량이다. 그만큼 2나노 수요가 클 것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선단경쟁 경쟁력 악화로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GAA를 처음 적용한 3나노 공정은 자사 MX(모바일경험)사업부와 일부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고객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애플,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 다양한 업체를 3나노 공정 고객으로 유치한 TSMC와 대조적인 행보다. 

이로 인해 양사 점유율을 크게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7%로, 67.6%를 차지한 TSMC와 격차가 현격히 벌어졌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서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수주한 SMIC(6.0%)와 격차도 좁혀졌다. 부동의 2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선단공정 경쟁력이 건재하던 3년 전 점유율(16.3%)과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선단공정 재건과 고객사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에 거는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두 회사 간 경쟁에서 변수는 GAA다. 누수전류를 막기 위해 그동안 선단공정에 핀펫(FinFET) 기술을 적용하던 TSMC는 2나노 공정에 GAA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삼성전자 3나노처럼 관련 경험 부족으로 초기 제품 수율·성능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점에서 실망한 빅테크가 삼성전자에 자사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을 점유율 10%대에 복귀하는 시발점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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