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개편의 늪] 12년간 손해율은 그대로…'비급여 남용'의 벽

  • 단독상품 출시 이후에도 110% …한때 130% 웃돌기도

  • 도수치료 등에 5.4兆 지급…9% 계약자에 보험금 지급 80% 집중

지난 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3년 표준형 단독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상품이 나오고, 이후 수차례 세대교체가 이뤄졌지만 실손보험 손해율은 여전히 110%를 상회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이뤄지는 비중증·비급여 진료 남용이 손해율 고공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5세대 실손보험 출시로 손해율을 낮춰보겠다는 방침이지만 소비자, 의료계, 보험업계의 이해 충돌로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실손보험 손해율이 단독상품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110%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손보험이 단독상품으로 출시되기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실손보험은 2013년 전면 개편 이후에도 손해율 관리에 애를 먹어 주기적으로 차세대 상품을 내놓으며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는 사이 실손보험 손해율은 한때 133.9%(2019년)까지 치솟기도 했다.

2022년 117.2%, 2023년 118.3% 등 안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110%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110%를 밑돈 것은 2011년(109.8%)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경과손해율(99.3%)을 고려하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10~120%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경과손해율은 전체 보험료 수입을 보험금 지급액으로 나눈 수치다.

보험업계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비중증·비급여 진료가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한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치료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의료 항목이다. 환자에게 청구되는 비용이 많고, 환자는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구조여서 보험금 지급액 규모도 크다. 특히 초기 실손보험은 비중증·비급여 진료에 따른 보험료 인상 등 불이익이 없어 일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실손보험금 15조2234억원 중 비급여 항목은 8조89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체 실손보험금 중 도수치료나 영양제 등 비중증 진료를 보장하기 위해 지급한 금액이 5조4413억원에 달했다. 이는 암 치료와 관련해 지급된 보험금(1조588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실손보험 가입자 중 65%가 보험금을 받아본 적이 없고, 9%가 전체 실손보험금의 약 80%를 받는다는 점은 현재 실손보험 시장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과 선택형 특약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비중증·비급여 진료에 지급되는 보험금을 제한해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다만 실손보험 가입자가 4000만명에 달하고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국내 진료비 중 1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의 영향도 있지만 비중증·비급여 진료가 없으면 운영이 어려워지는 병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실손보험 논의는 의료급여수가 문제까지 얽혀있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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