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올해 들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을 불러들인 횟수가 작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책무구조도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잦았고 금융지주마다 인수합병(M&A) 등 현안이 많아 긴밀한 협의가 필요했던 점이 급증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 관계자들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216회에 걸쳐 금감원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4회)보다 3배가량 많은 것이며 대부분 금감원 측 호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4대 금융은 올해 1분기 금감원을 가장 많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엔 총 140여 차례 금감원을 방문했는데 이는 2분기(50회) 대비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시기별로 차이가 있는 데는 올해 초 도입한 책무구조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2일부터 정식 시행한 책무구조도는 임원에게 담당 직무 관련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배분한 일종의 문서다.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금융사 대표이사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 만큼 금감원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4대 금융 모두 지난해보다 방문 횟수가 크게 늘었다. 이 중에서도 우리금융(89회)이 금감원을 가장 많이 방문했는데 동양·ABL생명 인수를 앞두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말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금감원은 같은 해 10~12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해 정기검사를 했는데 해당 검사가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와도 연결되며 결과가 더 중요해졌다. 우리금융이 금감원을 자주 방문한 이유다.
지난해 대비 증가 폭이 가장 큰 건 KB금융이었다. 지난해 1~7월 13회에 그쳤던 금감원 방문 횟수가 올해는 60회로 5배가량 늘었다. 여기엔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의 계열사 KB부코핀파이낸스를 JB금융에 넘기는 과정에서 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대한 금감원 호출 역시 올해 더 늘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은 총 548회 금감원을 방문했는데 이는 작년 동기(480회) 대비 4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올해 초 신한을 제외하고 KB국민·하나·우리은행장이 모두 바뀐 동시에 가계대출 관리도 강화되며 방문이 잦아졌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와 은행의 방문 횟수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 4대 금융은 지난해 1~7월 26회였던 금융위 방문 횟수가 올해 11회로 감소했고 4대 은행은 80회에서 97회로 소폭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복현 전 금감원장의 영향력이 퇴임 직전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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