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소상공인 대출 탕감' 엇갈린 시선들

김선호 새천년카 대표 사진김선호 제공
김선호 새천년카 대표

정부가 최근 코로나 시기 발생한 소상공인 장기 연체 대출에 대해 대규모 탕감 정책을 발표하면서 금융 시장과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해당 정책 발표 직후 8일 만에 3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 대출 잔액 역시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1분기에만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탕감 조치가 신용 회복을 넘어 대출 재확대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 역시 "탕감 이후 신용이 회복되면 결국 다시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을 위한 채무 조정 제도인 '새출발기금' 신청자는 지난달 말 기준 14만명을 돌파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 자료를 보면 7월 말 누적 채무조정 신청자는 14만4034명, 신청 채무액은 23조1714억원에 달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 6월과 비교하면 신청자는 7119명, 신청 채무액은 1조839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새출발기금 지원책을 확대한다. 총 채무 1억원 이하·중위소득 60% 이하인 저소득 소상공인의 무담보 채무를 대상으로 원금 감면율을 기존 60∼80%에서 90%까지 높이고, 채무 분할상환 기간은 기존 10년에서 20년으로 확대한다. 새출발기금 이용 대상은 기존 2020년 4월~2024년 11월 사업자에서 올해 6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소상공인으로 범위를 넓혔다.
 
현장 목소리는 복잡하다. 탕감 대상이 아닌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성실하게 갚아온 사람들은 무엇을 보상받는가" "기준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반응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 역시 현장의 한 사람으로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정책이 과연 공정하고 효율적인가.
 
필자는 지난 4월 18일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코로나 시기에 받은 담보 대출 1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낮에는 정비소 현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마케팅과 정부지원사업 신청 작업에 몰두하며 새벽까지 일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이로 인해 2024년 한 해에만 과로로 응급실을 찾은 횟수만 세 차례였다. 
 
그 과정에서 회사 명의로 추가 대출도 발생했다. 올 2~3월 매출이 급감하자 급여와 고정비 지출을 위해 불가피하게 2000만원을 추가 차입했다. 전 직원이 함께 고통을 분담했고, 6월에 해당 대출 역시 모두 상환한 상태다. 현재는 마지막 하나 남은 대출 정리에 임직원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주한 '대출 탕감' 정책은 허탈함을 안겨줬다. 금융 책임을 다한 소상공인보다 채무를 연체하거나 이행하지 못한 이들에게 혜택이 우선 적용되는 구조는 결과적으로 성실 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는커녕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취약계층에는 분명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겠지만 정책이 지속 가능성을 띠기 위해서는 단순한 '탕감'이 아닌 '재기 가능한 시스템'이 우선이다. 위기를 극복한 소상공인 사례를 발굴하고, 그 생존 전략을 정책으로 정제해 연체자 교육과 재창업 컨설팅의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정부 정책은 단기적 탕감에 머무르기보다 생존 전략을 전파하는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

자금은 상환하면 끝이지만 지혜는 나누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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