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사들의 법정·비법정 분담금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준조세 성격인 이 분담금에 지난해에만 5조원 이상의 재원이 투입됐는데, 정치권은 올해도 각종 상생금융을 명목으로 추가 자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업계가 예금보험공사에 낸 예금보험기금 보험료는 총 2조4935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은행 1조3890억원 △저축은행 4673억원 △생명보험 3217억원 △손해보험 2394억원 △금융투자 709억원 △종합금융 52억원 등이다.
예금보험료는 대표적인 금융권 준조세다. 예금 잔액에 일정한 보험료율을 곱해 산정되기 때문에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 올해 보험료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준조세인 금융감독원 감독분담금 납부액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금융사들이 낸 금감원 분담금은 총 3029억원이었다. 금감원 전체 예산(4158억원)의 72.8%를 금융사 돈으로 메웠다. 올해도 금융사들은 할당받은 분담요율에 따라 금감원 예산(4489억원)의 73.6%(3308억원)를 부담해야 한다.
작년에 금융사가 이렇게 부담한 준조세만 3조원에 육박하는데 '사실상 준조세'로 분류되는 상생금융 프로그램이 다양한 이름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에만 서민 지원과 금융시장 안정 등을 위해 약 3조원의 기금을 출연했다.
대표적으로 2조1000억원 규모의 민생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정치권과 당국이 '횡재세'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기로 했다. 이 외에도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한 공동 지원안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지연 피해판매자 지원방안 등에 각각 수천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도 작년과 유사한 구조의 출연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우선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배드뱅크가 4000억원 규모의 금융권 재원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민생지원 프로그램의 일부(1030억원)도 올해 집행될 계획이다. 여기에 향후 1조원 규모의 전세사기 배드뱅크가 출범할 경우 금융권에 추가 출연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자 놀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업권을 비판하고 있어 또다시 각종 청구서가 밀려들 수 있다고 긴장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금융사들의 조세 부담마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금융·보험업에 부과되는 교육세율이 현행 0.5%에서 1.0%로 오르면 금융사는 연간 1조3000억원의 교육세를 추가 납부해야 한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4%에서 25%로 상향된 데 따른 세금 증가분도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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