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익사이팅 서울 28] 물과 쓰레기의 땅에 예술이 피다

  • 정수장이었던 섬, 선유도 '그림자 아카이브'

  • 매립지의 기억 위에 쌓아올린 '새로운 지층'

선유도공원에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선유담담선유도의 시간 속 풍경을 담다’의 일환으로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의 작품 ‘그림자 아카이브’가 전시돼 있다 사진안수교 기자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 작품 ‘그림자 아카이브’ [사진=안수교 기자]


서울 한강변 수많은 공원 중 선유도와 노을공원은 다르고도 같은 기억을 간직한다. 하나는 물을 정화하던 정수장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도시 쓰레기가 쌓이던 매립지였다. 이들 두 곳에는 지금도 자연을 거슬러 인간이 만들어낸 구조물과 흔적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그러나 그 흔적은 이제 흉물이 아닌 생태와 예술이 공존하는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선유도공원은 과거 서울시민의 상수도를 책임졌던 정수장이었다.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이곳은 산업화 시대의 인프라로 제 기능을 다했다. 이후 2002년 서울시는 이 공간을 생태공간으로 전환했으며 과거 구조물 일부를 그대로 보존했다. 삭막했던 콘크리트 정수조는 이제 식물과 물이 흐르는 생태공간으로 바뀌었고 녹슨 철제 구조물은 오히려 정원의 조형물로 재탄생했다.

지금 이 유산은 다시 예술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선유담담: 선유도의 시간 속 풍경을 담다’ 일환으로 조성된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 작품 ‘그림자 아카이브’는 선유도의 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김 교수는 시아노타입이라는 오래된 사진 인화 기법을 활용해 선유도에 식재된 나무 이파리 형상을 햇빛 프린팅을 해 캔버스 천에 새겨넣었다. 푸른색 직사각형 천 안에 나무 이파리가 새겨진 모습은 마치 물속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자아낸다. 단순한 식물 그림자가 아닌 한때 정수장이었던 선유도가 지금의 생태공원에 이르기까지 그 시간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듯하다.


김 교수는 선유도공원에 설치된 기존 난간도 과감히 걷어냈다. 난간을 제거한 자리에 정자 형태를 더해 방문객들이 정수장 시설을 직접 바라보고 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아연 교수는 “물이 바로 옆에 있는데 등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답답해 난간을 뜯고 수경관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며 “이곳에서 화사한 낮과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밤의 색다른 풍경을 즐겨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설명했다.
 

노을공원에 조성된 김효영 작가의 ‘새로운 지층’ 사진안수교 기자
김효영 작가 작품 ‘새로운 지층’ [사진=안수교 기자]


깊은 상처를 간직한 땅, 노을공원도 예술 생산 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노을공원은 ‘난지도’라 불리며 서울의 쓰레기를 받아내던 거대한 매립지였다. 퇴적된 쓰레기 위로 흙이 덮이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도심 속 초록 언덕이 됐다.

하지만 그 땅 아래에는 여전히 쓰레기 지층이 남아 있다. 공공미술 작품 ‘새로운 지층’은 이 사실에서 출발한다. 국제지명공모를 통해 선정된 김효영 작가의 이 작품은 과거 꽃의 섬이었던 노을공원이 쓰레기 매립지로 변했다가 생태공원으로 되살아난 과정을 ‘지층’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김 작가는 ‘흙다짐 기법’을 활용해 자연재료인 흙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벽체에 땅의 시간과 기억을 그대로 형상화했다.

작품은 단지 조형물에 그치지 않고 노을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쉼터가 돼 주고 있다. 김효영 작가는 “노을공원을 둘러보니 그늘이 너무 없어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큰 그늘을 만들고 싶었다”며 “흙벽 위로 빛과 나무 그림자가 떨어지고 자연을 서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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