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좀비딸'은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을 숨기고 지키려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조정석은 극 중 전직 맹수 사육사이자 사춘기 딸의 '눈치 백단' 아빠 정환 역을 맡아,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전한다.
"어디까지나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빠가 되었는데, 아빠로서의 어떤 부성애를 얼마나 느끼는지 그런 상황이 주어지지 않으면 모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 안에 있는 부성애를 일깨워준 작품이기도 해요. 유리 배우랑 같이 나오는 장면들은 다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지만, 좀비가 된 이후의 장면들을 찍을 때는 더 절실하고, 깊게 느꼈던 것 같아요."
조정석은 2018년 가수 거미와 결혼해 슬하에 딸을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둘째 임신 소식도 전한 바 있다. 실제로는 어떤 아빠일까.
조정석에게 아내 거미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는 "영화를 봤다. 오열하고 가셨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오열했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서 다시 봤을 땐, 너무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뭐가 재밌었냐고 물었더니 '대중적이어서 좋았다'고 했어요. 하하. 그런 평을 해주셨답니다. 대중적인 웃음과 감동이 있어서 좋았다고요."
이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 동화될 수 있는 지점이 많았던 것 같다"며 "나도 그럴 것 같애, 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시니컬한 무드의 원작 웹툰과 달리, 영화는 감정선이 살아 있는 따뜻한 코미디로 방향을 잡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원작과의 결 차이나 실사화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실사화를 할 때 원작을 참고하면 물론 도움이 되죠. 하지만 저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고, 끝까지도 보지 않았습니다."
조정석은 자신이 연기한 '정환'이라는 인물이 지닌 간절함이 잘 전달된다면, 원작을 알든 모르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우리 영화의 '킥'은, 슬픔이 밀려오는 순간 어느새 위트가 살아난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딸이 좀비가 되는 상황 자체는 악몽 같은데, 그 안에서 정환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유머가 있어요. 그게 영화만의 매력이죠."
이어 "감독님을 비롯한 제작진 모두가 그 균형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톤앤매너가 자연스럽게 잡히면서 감성이 섬세하게 묻어난 거죠. 이걸 꼭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억지로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렇게 흘러갔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코미디 연기는 어땠을까. 많은 이들이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코미디를 기대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웃기기보다 '상황에 녹아든 웃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배우들이 코미디를 만들어낼 때, 그냥 말장난처럼 웃기려고 하지 않았어요. 이상하게 하면 오히려 안 웃기잖아요? 그런 느낌의 코미디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조정석은 코미디야말로 배우가 텍스트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진짜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코미디는 호흡이잖아요. 저는 코미디는 텍스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작가의 의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문체부에서 6천 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마침 문화가 있는 날까지 겹치며 극장가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조정석 역시 "하늘이 돕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말 타이밍도 잘 맞았죠. 기대감도 있고요. 근데 그런 걸 너무 믿고 의지하기보단, 아직 극장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느낌도 있어서요. 다음에 개봉하는 '악마가 이사왔다'에 윤아 씨 나오잖아요. 오빠가 잘 이끌어주고 밀어줄 테니까 우리 다 같이 힘내서 극장에 사람 올 수 있게 해보자,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엑시트', '파일럿'에 이어 이번엔 '좀비딸'까지, 조정석은 여름 극장가에서 흥행을 이끈 '여름의 남자'라는 수식어로 불린다. 하지만 본인은 "그건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여름 시즌에 영화가 개봉하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죠. 하지만 제가 시기를 정하는 건 아니니까요. 몇 년간 여름에 개봉한 작품들이 흥행을 해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거 같아요. '여름에 개봉하면 흥행한다' 그런 건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마침 그 시기가 여름이었을 뿐이죠. 비결이 있다면...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
코미디 장르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다시 코미디를 하게 되더라도, 늘 새롭게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거예요. 어떤 장르든 기시감 없이, 계속 다른 모습 보여드리려고 하니까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번 작품이 가진 의미도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좀비딸'은 제 안에 있는 소중함을 일깨워준 작품이에요. 관객분들도 이 영화를 통해, 옆에 있는 누군가…부모님, 친구, 자식 그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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