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된 총수 밈…기대와 공포를 오간 4거래일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고 있습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상승 기대감과 공포가 뒤섞이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도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지난달 말 코스피 지수는 63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단숨에 얼어붙었습니다. 코스피는 3일 하루에만 7% 넘게 급락한 데 이어 4일에는 12% 넘게 폭락하며 단 이틀 만에 5090선까지 밀렸습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이틀 사이 약 1000조원이 증발한 셈입니다.
시장 급등기와 급락기 모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총수 밈’이었습니다. 연초 이후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두 달 동안 각각 80%, 63% 상승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에 “설명할 시간 없어 어서 타!”라는 문구를 붙인 밈이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증시가 급락하자 이 밈 역시 곧바로 반전됐습니다. “설명할 시간 없어 어서 내려!”라는 문구로 바뀌며 투자자들의 복잡한 심리를 드러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설명은 언제 해주는 거냐”는 농담 섞인 반응을 내놓으며 ‘웃픈’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자 주체별 움직임은 뚜렷하게 엇갈렸습니다.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동안 기관투자자는 4조3160억원, 외국인 투자자는 7조450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같은 기간 10조6470억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의 반등을 떠받쳤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특히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습니다. 개인은 해당 기간 동안 삼성전자를 5조2720억원, SK하이닉스를 2조850억원 순매수했습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두 종목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결국 최근 투자자들의 핵심 질문은 하나로 모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지금 사야 하는가, 아니면 기다려야 하는가입니다.
"조정은 기회"…증권가, 반도체 비중 확대 조언증권가 비중확대 기회 조언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했지만 반도체 기업의 펀더멘털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판단입니다.키움증권은 3일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21만원에서 26만원으로 23.81% 상향했습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1)9세대 양산 확대에 따른 eSSD 경쟁력 회복, 2)HBM4 양산 확대, 3)비메모리 영업흑자 전환 모멘텀 등이 반영되며,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 보다는 실적 및 주가 상승 모멘텀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4일 삼성전자의 기존 목표주가인 27만5000원과 SK하이닉스의 기존 목표주가인 154만원을 모두 유지했습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 펀더멘털 훼손을 가져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국면이지만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주가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빠르게 낮아졌고 둘째, 메모리 가격이 여전히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셋째, 메모리 시장의 타이트한 수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AI 슈퍼사이클 흔들린다?"…시장 곳곳 고개 드는 회의론
다만 시장의 모든 시각이 낙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최근 SNS와 텔레그램 등에서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빠르게 공유되고 있습니다.X(구 트위터) 사용자 샤나카 앤슬럼 페레라(Shanaka Anslem Perera)가 올린 글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한국 증시 급락은 단순한 지정학 이벤트가 아니라 AI 공급망 취약성에 대한 첫 번째 시장 경고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글은 중동 긴장이 심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이 차질을 빚고, 이로 인해 한국 반도체 공장의 생산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AI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이 지연되고, 결국 시장이 기대해 온 ‘AI 슈퍼사이클’ 가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망을 과도한 비약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를 두고 “지나친 비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내 반도체 공장이 LNG 기반 가스발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중동 공급이 차질을 빚는다고 해서 대체할 LNG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고 센터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LNG 비중은 약 20% 수준”이라며 “설령 가격 상승이 발생하더라도 전체 원가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일부 온라인에서 제기되는 시나리오는 극단적인 가정을 기반으로 한 과장된 비관론에 가깝다는 평가입니다.
고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반도체 기업의 이익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으나 2027년까지 계속 반도체기업의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전쟁 수행 비용이 커질 경우 재정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회의론은 반도체 사이클의 종료 징후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큰 상태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투자의 정답 역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 변수는 단기적인 충격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투자 사이클 속에서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지요.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공급망 변수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메모리 안전 재고 확충 기조를 강화할 수 있고 동시에 공급자들로 하여금 설비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확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의 가전사업은 호르무즈 해협 이슈에 따른 물류비 상승 영향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미 가전사업의 이익 기여도는 0.5%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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