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며 “결국 트럼프가 보여준 건, 그가 다른 무엇보다 노벨평화상을 원한다는 사실뿐”이라고 직격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10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 ‘디스 위크(This Week)’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분쟁을 중재하며 외교 정책에서 성과를 거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가 해온 일은 어떤 상황도 실질적으로 바꾸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이뤄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평화선언과 관련해 “진짜 문제는 지난 몇 년간 러시아가 (갈등의 핵심이었던) 아제르바이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장악하게 허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태국-캄보디아 휴전안 합의에 대해서는 “그(트럼프 대통령)는 단순히 합의에 서명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고 꼬집었다.
인도-파키스탄 휴전 중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있었다는 분석에도 “인도 정부뿐 아니라 인도 전체가 트럼프가 공을 차지하려 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15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알래스카 회담’을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서방 동맹 전체 관점에서 매우 위험한 회담”이라고 평했다. 그는 “트럼프는 이미 몇 가지 실수를 했다. 첫째, 미국 영토에서 회담을 열어 불량국 지도자를 정당화했다. 둘째, 푸틴이 먼저 평화안을 제시해 선제적 우위를 잡게 만들었다”며 “푸틴이 원하는 건 제재 해제가 아니라 트럼프와의 관계 회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푸틴이 제시한 안의 일부가 사전 협의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가 수용하기 쉬운 제안을 받게 될 수 있다”며 “이는 2월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벌어진 악명 높은 참사와 비슷한 상황을 재현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난 3년 반 동안 미국과 나토 모두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패배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만 시간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입장이 위험한 이유는 향후 무기·탄약·정보 지원에 대해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에 대한 의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각국 정상들도 이를 의식해 잇달아 추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정상은 백악관에서 평화선언 서명 직후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혔고,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노벨위원회에 보낸 추천 서한을 직접 전달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슈퍼 매파’로 불리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다 경질됐으며, 이후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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