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카오스에 삼성 파운드리 가치↑…美공장, '신의 한 수' 되나

  • 美서 첨단 공정 통한 양산 가능…TSMC와 차별화

  • 테일러 공장 투자 500억 달러로 재확대 관측도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사업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사업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가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발판으로 반등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생산품이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되면서 자국 내 생산에 집중하는 대만 TSMC에 비해 유리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용 양산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2㎚는 최신 파운드리 공정으로 삼성전자와 TSMC만 양산이 가능하다.

테일러 공장은 이르면 내년부터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AI6'를 양산한다. 테일러 공장이 첨단 공정이라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은 전통 공정이 중심이다. 최근 공개된 애플 수주 물량을 도맡을 예정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미국의 테일러, 오스틴 공장을 양 축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의 파운드리 수요를 빠르게 접수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파운드리 위기설과 분사 의견은 사그라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에 비해 미국 현지 생산 체계를 발빠르게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반면 TSMC는 첨단 공정을 자국 내에서 수행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삼성이 당장 내년부터 적용이 가능한 2나노 이하 공정도 대만에서 수행하는 반면 미국 공장에선 검토할 뿐 확정된 바가 없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제1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이며, 이 공장에는 4나노 공정을 적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2공장을 2028년, 3공장을 2030년에 각각 가동한다는 목표로 건설 중이지만 확정적이지 않다. 삼성전자에 비해 미국 현지화 대응이 늦은 셈이다.

테슬라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가 파운드리 1위인 TSMC를 마다하고 삼성전자와 계약한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주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시로 변하는 관세 리스크가 반도체를 수입해야 하는 미국 자국 기업에도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공장 생산품을 사용하면 현재로선 관세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기존에 TSMC와 거래하던 미국 빅테크들이 테슬라와 애플을 시작으로 삼성전자를 찾는 이유다.

한편 삼성전자는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추가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당초 44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부진을 고려해 370억 달러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테슬라·애플 계약은 물론 향후 고객사를 추가 확보할 경우를 대비해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의 필요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테일러 공장 투자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변덕스러운 미국의 관세 기조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결국 미국 내에서 핵심 칩 제조부터 후공정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현지화 전략이) TSMC에 비해 빅테크 고객사에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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